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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23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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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세 이성근 교수, 타학과 청강하며 학문영역 넘나들어
서울대의 2학기 조기 정년보장(테뉴어) 대상자 3명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올해 총 92명의 부교수 승진대상자(조교수) 가운데 8.7%인 8명(1학기 5명 포함)이 조기 테뉴어를 받게 됐다.
22일 동아일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2학기 부교수 승진 및 조기 테뉴어 대상자 3명은 지구환경과학부 이성근(37) 교수와 국제대학원 조영남(43) 교수, 조선해양공학과 김용환(44) 교수다. 서울대 본부 인사위원회는 25일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2학기 서울대 정교수 승진 및 정년보장 심사에서 자신이 없어 스스로 신청을 포기하거나, 단과대 심사에서 탈락한 인원은 전체 대상자의 약 40%인 32명. 이처럼 테뉴어 심사가 강화되는 추세에서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젊은 부교수 승진 대상자가 테뉴어를 받는 것은 드문 일로 이번에 선정된 3명은 해당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인정받았다.
○ 대학원 수업 청강하는 지질학자
오세정 자연대학장은 이성근 교수를 “학문 통섭에 충실한 재미있고 젊은 학자”로 소개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 지질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광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4년 8월 서울대에 부임했다.
그의 학문 통섭욕(慾)은 학부와 석·박사 과정 내내 남달랐다. 학부시절 재료공학을 부전공하고, 석사논문을 재료과학지에 실은 데 이어 스탠퍼드대 박사과정 중에는 바쁜 일정에서도 화학을 부전공했을 정도.
이 교수는 현재 원자단위부터 지구 맨틀에 이르기까지 미시와 거시를 넘나들며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질학 등 다양한 학제 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질학자인 이 교수는 2005년과 2007년 물리학 최고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Physical Review Letters)’에 논문을 싣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런 지론에 따라 생명과학부에 개설된 ‘나노과학과 생명과학’ 강의(대학원 과정)를 제자들과 나란히 앉아 청강하기도 했다.
○ 세계 석학 추천서 받은 토종학자
국제대학원 조영남(중국 정치) 교수는 5년 만에 인문·사회계열에서 조기 테뉴어를 받게 됐다. 조 교수는 중국학 전공자들이 평생 한 번 논문을 올리기도 어렵다는 ‘China Quarterly’에 세 번(2003, 2004, 2006년)이나 논문을 실어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이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한 국내 교수는 조 교수와 서울대 정재호 교수(외교학), 서강대 이강표 교수(경영학) 등 단 세 명.
그의 주된 관심은 ‘중국의 개방화 이후 지방의회 제도 변화’. 그는 중국학을 전공하지만 석·박사 학위는 모두 모교인 서울대에서 받은 순수 토종학자다. 하지만 연구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이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캐빈 오브라이언 교수와 홍콩대 피터 청 교수로부터 조기 테뉴어에 대한 추천서(레터)를 받았다.
○ 해외 연구지원 유치한 공학자
조선해양공학과 김용환 교수는 각종 해외기관으로부터 연구지원을 받아 서울대의 국제화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그는 올해 2월 영국 로이드선급협회(선박 안전성을 검증하는 세계적 인증기관)로부터 조선유체역학 연구비로 19억 원을 유치했다. 2005년 3월에는 미 해군으로부터 잠수함 건조와 관련된 군사연구 프로젝트를 따내기도 했다. 해외 각 기관들이 연구를 맡길 정도로 김 교수의 학문수준이 세계적이라는 의미다.
현재 로이드선급협회 업무차 영국 런던에 있는 김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조기 테뉴어를 받게 됐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며 “서울대 교수로 세계에서 1등을 차지할 수 있는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