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서 촛불 모금한 대학생 500만원 횡령해 유흥비로 써”

  • 입력 2008년 8월 5일 02시 59분


경찰 “1900만원 모아 ‘여대생 사망설’ 허위 알고도 광고”

당사자 “남은 470만원 2차 광고비로 신문사측에 전달”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서 ‘촛불 운동가’를 자처하며 촛불시위 모금활동을 벌였던 대학생이 모금액 중 일부를 안마시술소와 나이트클럽 등에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촛불집회 현장에서 여대생이 사망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사망설을 광고하기 위해 신문 광고비를 모금했던 김모(23) 씨가 모금액 1900여만 원 가운데 500여만 원을 횡령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여대생 사망설 의혹을 규명하는 신문광고를 싣겠다며 지난달 8일부터 25일까지 아고라 토론방에서 모금운동을 벌였다. 누리꾼들은 ‘힘내세요’ ‘고마워요’ ‘믿습니다’ 등의 응원 메시지와 함께 적게는 3000원에서 많게는 10만 원까지 김 씨가 개설한 모금 계좌로 돈을 보냈다. 누리꾼 950명이 보낸 돈은 1926만9874원. 하지만 김 씨는 모금을 시작한 지 사흘 만에 모금 계좌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지난달 11일 20만 원을 현금으로 인출한 것을 시작으로 10만∼20만 원씩 뽑아 모두 180만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또 신용카드 결제일에 맞춰 100만 원을 자신의 개인 계좌로 이체하는 등 300만 원을 모금계좌에서 개인계좌로 옮겼다.

경찰은 “결제된 신용카드 명세를 살펴보니 안마시술소, 나이트클럽, 숙박업소, 술집에서 대부분 사용됐다”고 전했다.

김 씨는 모금액 1900여만 원 가운데 1400만 원만 한겨레신문의 1면 광고비로 사용했다.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촛불시위 도중 경찰과 대치하다 생명이 위급해 심폐소생술을 받은 사람이 있었다’는 광고였다. 하지만 경찰조사 결과 김 씨는 심폐소생술을 받고 승합차에 실려 간 사람이 전경임을 알고 있었다. 광주의 모 대학 단과대 학생회장인 김 씨는 지난달 초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여대생 사망설을 유포한 혐의로 1일 긴급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김 씨는 4일 오후 아고라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한겨레신문에 광고를 하고 남은 돈과 그 돈으로 2차 광고를 하겠다는 내용을 이미 공지했다”며 “오늘 나머지 광고 집행비 470만 원을 신문사 측에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