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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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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시절 퇴출 위기에 몰린 대우그룹이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인 재미교포 사업가 조풍언(구속 기소) 씨를 통해 구명 로비를 시도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는 9일 정권 최고위층에 로비를 해 주겠다며 김우중 전 회장으로부터 443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526억 원)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조 씨를 추가 기소했다.
▽로비 시도 확인=검찰은 “김 전 회장이 당시 대통령 측근으로 행세하던 조 씨에게 대우그룹 퇴출을 막도록 정부 최고위층 및 측근, 금융 관련 고위 공무원에게 로비해 달라는 명목으로 4430만 달러를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4430만 달러 중 2430만 달러를 들여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258만 주(71.5%)를 매입했으며 일부를 매각한 뒤 남은 163만 주를 실물주권으로 숨겨 뒀다가 검찰에 압류 당했다.
나머지 2000만 달러로는 당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대우통신㈜ 전자교환기(TDX) 사업을 인수했지만 사업 추진이 무산됐다.
김 전 회장은 그룹 구명 로비를 위해 조 씨에게 회사 한 개를 통째로 주고 전도유망한 사업에 참여할 기회까지 바친 셈이다.
▽홍콩 검찰총장에게 직접 협조 요청=검찰은 5월과 이달 초 홍콩과 스위스에 형사 공조를 요청했다.
임채진 검찰총장도 지난달 중순 한국에서 열린 국제검사협회(IAP) 5차 아시아태평양지역회의 때 방한한 그렌빌 크로스 홍콩 검찰총장에게 조 씨의 홍콩 금융 거래 내용에 대한 수사 협조를 직접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홍콩 검찰총장에게서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검찰 진술과 관련한 로비 실행 여부를 확인하는 데 여전히 적극적이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서 “조 씨가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258만 주의 30%를 김 전 대통령의 3남인 홍걸 씨에게 주겠다고 해 주식의 30%는 홍걸 씨 몫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 주변에선 실제 로비는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 로비가 있었다면 누구를 상대로 했는지 등 주요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거액 범죄 수익 환수=대우정보시스템 주식 163만 주(시가 570억 원 평가)를 비롯해 조 씨가 로비를 해 주겠다며 얻은 범죄 수익과 김 전 회장으로부터 압류한 재산은 모두 2217억 원에 이른다.
조 씨로부터의 환수 예상 금액은 698억 원이고 추징이 예상되는 부동산과 주식도 수백억 원에 이른다. 김 전 회장의 은닉재산은 115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페이퍼컴퍼니인 베스트리드리미티드(옛 대우개발) 명의로 소유했던 주식 776만 주(시가 1149억 원 이상)와 횡령한 회사 돈으로 구입한 미술품 134점(구입 가격 기준 7억8000만 원)도 모두 압류했다.
김 전 회장의 경우 법원 판결로 확정된 추징금은 17조9253억 원이다.
한편 증권가 ‘미다스의 손’으로 유명했던 범한판토스 대주주 구본호 씨는 조 씨와 주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구 씨는 2006년 9월 미디어솔루션을 인수하면서 필요한 자금 308억 원 중 250억 원을 자신이 대주주인 범한판토스에서 빌리고도 스스로 조달한 것처럼 허위 공시했다.
이어 그는 조 씨의 돈을 이용해 해외 페이퍼컴퍼니 3곳 명의로 미디어솔루션의 주식을 차명 거래해 172억 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다. 시세차익은 모두 추징된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