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경유값에 뺨맞고 승객에게 화풀이?

  • 입력 2008년 5월 29일 05시 39분


광주 시내버스업체, 더운 날씨에도 에어컨 가동 금지

“기름 더 먹는 에어컨, 틀지 마세요.”

낮 최고기온이 31도를 넘고 있지만 일부 시내버스 회사의 에어컨 가동 금지 조치로 승객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광주 H교통은 최근 회사 안에 ‘경고성’ 공고문을 내붙였다.

이 공고에는 “더운 요즘 날씨에 특별한 사항을 알립니다. 회사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차량 에어컨을 가동하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사진 참조

시내버스 운전사들에 따르면 비단 이 회사뿐만 아니라 상당수 회사들이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에어컨 사용을 강제로 금지하고 있다.

에어컨을 아예 가동하지 못하도록 엔진에서 압축기로 동력을 전달하는 ‘에어컨 벨트’를 제거하거나 냉매를 충전해 주지 않기도 한다.

버스 운전사 김모 씨는 “정비원이 에어컨 벨트와 센서를 제거했다”며 “손님들은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난리지만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기름 값은 올라가는데 벌써부터 에어컨을 켜는 것은 문제 아니냐”며 “유가 절약 차원에서 가능한 한 에어컨 가동을 줄이자는 뜻”이라고 밝혔다.

시내버스 승객 김모(26) 씨는 “기름값이 올라 자가용 대신 시내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이는 버스회사가 승객을 쫓아내는 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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