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앞에 공권력 속수무책

  • 입력 2008년 5월 26일 19시 41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25일 밤 서울 시내 도로를 무단점거한 채 행진하고 있다. 일부 참가자가 행사 장소인 청계광장을 떠나 세종로 명동 신촌 일대를 돌아다녀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연합뉴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25일 밤 서울 시내 도로를 무단점거한 채 행진하고 있다. 일부 참가자가 행사 장소인 청계광장을 떠나 세종로 명동 신촌 일대를 돌아다녀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연합뉴스
시위대, 이곳 저곳 옮겨가며 ‘게릴라 시위’

경찰, 저지선 뚫리자 시위대 쫓아가기 급급

인터넷선 ‘강경진압 동영상’ 논란… 경찰 “왜곡된 것”

불법집회로 변질된 주말 촛불집회는 '게릴라 작전'을 하듯 진행됐다.

장소를 옮겨가며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벌인 가두시위에 공권력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가 분산돼 게릴라성 시위를 하는 바람에 봉쇄를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게릴라 시위로 경찰력 분산= 25일 거리에 나선 시위대는 1700여 명. 이들은 도심 곳곳에서 출몰해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6시간 동안 일대 도로를 점거했다.

시위대는 대학로팀과 신촌팀으로 나눠 경찰력을 분산시켰다.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네티즌 700여 명으로 구성된 대학로팀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 모여 청와대 진입을 시도했다. 서울시청을 돌아 경복궁역까지 진출한 시위대는 경찰 봉쇄를 피해 서울역~숭례문~시청을 두 차례나 돌며 경찰병력을 분산시켰다. 시위대는 청와대 쪽 진출이 여의치 않자 명동~을지로~동대문운동장을 지나 자정 무렵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해산했다.

국민대책위 소속 1000여 명은 신촌으로 진출했다.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을 오가며 경찰의 경비상황을 살피던 시위대는 서울역에서 서대문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직공원을 지나 청와대로 접근하려 했지만 경찰에 막혀 독립문 앞에서 충정로로 발길을 돌렸다.

경찰은 "가두시위대가 둘로 나눠졌다는 것은 주최 측에서 경찰병력을 분산시키려고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위대가 다닌 코스 역시 전문 시위대가 청와대 진입을 시도할 때 다니던 코스"라고 말했다.

▽시위대에 허 찔린 경찰= 시위대는 경찰의 허점을 노릴 정도로 치밀하고 조직적이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시위대를 이끄는 리더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정보원 역할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인터넷 기자를 사칭해 경찰 쪽 정보를 파악하고 시위대의 진행로를 결정하는 역할을 했다.

이들은 또 경찰의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가두시위를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촛불집회가 오후 7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는데 시위대는 오후 6시부터 움직였다"며 "미처 경찰병력을 배치하기도 전에 시위대가 거리로 뛰쳐나가 사전에 봉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평화적으로 치러졌던 촛불집회에 맞춰 경력대비를 했던 경찰이 허를 찔린 셈이다.

경찰은 평소대로 오후 6시경 경력 3000명을 청계광장 주변에 배치하고 6시 반경 나머지 6000명을 추가했다. 하지만 이미 시위대는 세종로를 향해 뛰쳐나간 뒤였다.

저지선이 한 번 뚫리자 경찰은 자정까지 시위대 뒤만 좇았다. 시위대 대부분이 자진해산하고 200명 정도가 남았을 때 비로소 강제해산을 시도했다.

▽경찰의 강경진압 논란도=집회 현장에서 경찰은 시위대에 속수무책이었지만 인터넷에서는 경찰의 강경 진압 논란이 벌어졌다.

경찰이 시위 참가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과 그 내용을 담은 동영상이 포털 사이트 게시판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휠체어를 탄 여성 장애인이 경찰에 머리채를 잡힌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경찰이 폭력을 행사했다며 분개했다. 경찰의 방패에 찍혀 다쳤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서울경찰청 측은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여성 장애인이 여경의 팔을 물어뜯었다. 놀란 여경이 팔을 들었는데 그 장면이 왜곡된 것"이라며 "시위대 연행도 방패 없이 근무복을 입은 경찰이 맡았다"고 해명했다.

강혜승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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