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비 새고… 잠 설치고… “대책 좀 세워 주오”

  • 입력 2008년 5월 1일 06시 28분


부산 사상구 주례1동 경부선 철로 옆 80여 가구 주민들이 4년 전 완공된 철도 복선화 및 노반공사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공사 당시에도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공사 발주기관과 시공사가 일부 주민에게만 보상했을 뿐 ‘힘없는’ 서민들은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공사 개요=철도청은 민영화 이전인 1999년 12월 국책사업으로 부전역∼사상역 간 7.3km에 대해 복선화 철로 노반공사를 발주했다. 경부선 일부 열차 및 경전선, 동해남부선 열차의 선로를 늘리기 위한 이 사업은 철도청 고속철도건설사업소가 2002년부터 시행을 맡았다. 시공은 주간사회사인 쌍용건설㈜과 삼성중공업㈜, ㈜대성건설이 맡아 2004년 말 완공했다. 이 구간 중 1.92km의 지상구간과 1.18km의 주령터널 입구가 주례1동 주택가 인근으로 민원 대상 구간이다.

▽민원 발생=공사 당시 노반 깊이는 지하 8∼14m로 암반 굴착작업과 굴착작업 뒤 노면을 평평하게 하는 작업이 3년간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공사현장과 6∼1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주변 가옥에 균열이 생겨 빗물이 새고, 소음진동으로 잠을 설치는 등 주민들이 정신적 피해를 보았다.

24년째 이곳에 살고 있는 이상칠(79) 씨는 “원래 몸이 불편한데 공사 때문에 병이 더욱 악화된 것 같다”며 “공사가 끝나면 보상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보상이 안 되고 금간 담벼락도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고 말했다.

주길자(65·여) 씨는 “공사가 끝나면 보상해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있었는데 아직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대부분의 주민이 모르게 몇몇 사람만 보상을 받고 마을을 떠나 버렸다”고 주장했다.

주민대책위원장 전옥현(62) 씨는 “80여 가구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황폐화돼 버렸다”며 “시행사, 시공사, 관련기관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거들떠보지도 않고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기관의 해명=발주처인 철도청이 민영화되면서 시설공사는 한국철도시설공단(2004년 1월), 시설 관리 및 운영은 한국철도공사(2005년 1월)로 업무가 넘어가면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나 서류가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기자가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몇 차례 전화했으나 “철도청에서 한 일이라 잘 모르겠다”거나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관련 부서에 있었던 담당자는 전화 연락을 피했다.

시공사인 쌍용건설 관계자는 “발주청에서 인정하는 분야와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보상을 해 주지 않았겠느냐”며 “당시 도의적인 책임까지 다 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4년이나 지난 일이어서 관련 서류는 다 파기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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