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공무원교육원, 골프 실력 늘리는 곳으로 인식”

  • 입력 2008년 4월 30일 07시 29분


김태호 지사 ‘민영화 검토’ 발언 파문

“실현가능성 없는 이벤트성” 지적도

“지방뿐 아니라 중앙의 공무원 교육기관도 골프나 가르치고, 골프 실력 늘리는 곳으로 인식돼 있다.”

김태호 경남지사가 28일 오전 기자간담회, 오후 실국원장 회의에서 행정혁신을 거론하며 내놓은 ‘뜬금없는’ 언급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김 지사는 “공무원교육원을 손볼 때가 됐으며, 민영화나 민간 위탁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남도의 한 간부는 “운영방식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이해되지만 업무연찬과 재충전에 크게 기여해 온 곳을 너무 심하게 깎아내렸다”며 “교육원은 공무원의 인사시스템과도 연결돼 있어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전 검토를 거쳐서 나온 실현 가능한 제안이 아니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냐는 지적. 기획과 조직담당 부서에서는 29일까지도 김 지사의 의중을 몰라 우왕좌왕했다.

외부 기관장의 조언이 반영된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한반도 대운하 시범착공’ 등 최근 그가 내놓은 일련의 제안에 반응이 시큰둥하자 강한 처방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골프를 사례로 든 대목도 논란이 일었다. 거창군수 시절 골프를 배운 그는 특별한 행사가 없는 한 주말이면 골프를 즐긴다. 실력도 괜찮은 편. 전임 지사 시절에 비해 경남지역 공무원들이 골프장을 많이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지사는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경남도청이 망하는 법’을 적어내도록 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으나 용두사미로 그친 경우가 많았다. 도청이 망하는 법은 역발상을 통해 개선 방안을 찾겠다는 의도였지만 탁상공론에 머물렀다.

지난해 3월 서울시가 무능 공무원 퇴출 방침을 밝히자 그는 “숙제를 하지 않은 초등학생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키는 수준”이라며 “무능한 공무원은 버스에서 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는 서울시에 훨씬 못 미쳤다.

올해 들어 도민들을 모아 놓고 ‘도민 쓴소리의 장(場)’을 개최한 것도 전시성이라는 여론이 있었다.

그의 집무실에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오래전 ‘지도를 거꾸로 보면 미래가 보인다’고 한 주장을 본떠 한반도 지도를 거꾸로 걸어 두었다. 2006년에는 임의단체였던 공무원노조와의 갈등을 사무실 전격 폐쇄라는 초강수로 대응해 전국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경남도의 한 관계자는 “창조적 발상을 통해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으려는 김 지사의 의중은 이해하지만 불쑥 내놓는 제안이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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