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대입논술, 이것만은 알아두자

  • 입력 2008년 4월 28일 02시 59분


■ 자연계 학생 논리적 글쓰기

다른데도 같다고, 상관없는데도 연관지은 잘못 없을까

전제-결론을 바꿔 질문해보자, 오류가 보인다


[논제]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연세대 2008학년도 정시 자연계 논술고사 문제 2를 읽자. 논제는 ‘외핵의 대류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지구 내부가 계속 식어가면서 T₁, T₂가 감소할 때 일어나는 지구 자기장의 변화에 관하여 논하시오’이다. 밑줄 친 두 문장을 각각 논제 ①, 논제 ②라고 부르고, 논제 ①에 대한 답부터 생각해본다.

[학생 답안]

①지구의 대기는 태양에서 날아오는 복사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반사시켜 ⑧지구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준다. ⑨햇빛의 세기는 태양으로부터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감소한다. 그러나 ②지구 밖에서는 대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③햇빛을 그대로 받게 되어 온도가 매우 높아질 수 있다. ⑥특히 지구와는 달리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오존층이 없다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④실제로 여름날 바닷가의 햇빛에 노출되었다고 해서 곧 화상을 입는 것은 아니며, 그 이유는 ⑤오존층이 강한 자외선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⑦따라서 지구 밖에서 햇빛에 직접 노출된다면 화상을 입게 될 것이다.

[논증 분석]

답안의 숫자들은 위 글의 논증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편의상 논거마다 부여된 일련번호다. 논거들을 간략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논거① 지구 대기는 태양 복사 에너지를 흡수한다.

논거② 지구 밖에서는 대기가 없다.

논거③ 따라서 지구 밖에서는 햇빛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논거④ 가령 자외선은 화상을 일으킨다. 여름날 바닷가에서 놀다 보면 흔히 화상을 입게 되는데, 그 원인은 햇빛 속의 자외선이다.

논거⑤ 오존층은 자외선을 흡수한다.

논거⑥ 따라서 오존층은 화상을 막아준다. 혹은 오존층이 없다면 화상을 입게 될 것이다.

논거⑦ 그러므로 지구 밖에서는 강한 자외선 등에 의해 심각한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6개 논거 간의 관계, 즉 논증구조는 아래 그림처럼 나타낼 수 있다. 그림에 포함되지 않은 논거⑧과 논거⑨는 단락 내에서 수행하는 기능이 없으므로 삭제해야 한다. 논리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이렇게 기능이 없는 문장을 삭제하고,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는 문장들을 모아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첨삭]

한마디로 말해서, 논점이 잘못된 답안이다. 출제자는 지구 대기권 바깥에서 화상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나 학생은 여름날 바닷가에서 입었던 화상을 기초로 답안을 작성했다. 즉 학생의 답안은 문제를 보는 관점에 따라 △강한 햇살 속에서도 쉽게 화상을 입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태양에너지와 관련하여 대기의 역할은 무엇인가 △강한 햇살이 화상을 일으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논제의 답안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위 글의 핵심은 논거 ④로서, 자외선이 화상을 일으킨다는 진술은 참(true)에 해당한다. 그러나 지구 대기권 바깥에서 태양에 의해 화상을 입는 경우 자외선이 화상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며,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이런 착오가 나타난 것은 학생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발생하는 화상을 무의식적으로 동일한 현상으로 인지했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모든 오류는 논리적 사고를 통해 밝혀지고 개선될 수 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서로 같다거나 서로 관계가 있다고 말하는 논리적 오류는 학생들의 답안에서 아주 흔하게 나타난다. 그러한 무의식은 적절한 질문을 통해 깨어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명제의 전제와 결론 혹은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 질문을 만들어보고 스스로 답을 찾는 연습을 하자. 특히 적절한 질문과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사례를 관련시켜 답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질문) 지구 대기권 밖에서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바르면 화상으로부터 안전한가? 즉 자외선 외에 화상의 다른 원인은 없는가?

(사례)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든 파라볼라 안테나가 달에서 펼쳐지는 이유는 햇빛을 받고 온도 가 수백도만큼 상승하기 때문이다.

(질문) 그렇다면 금속은 자외선을 흡수하는가? 자외선만으로 형상기억합금을 수백도로 가열 할 수 있는가?

(사례) 자외선 식기 살균기의 내부 온도는 전혀 뜨겁지 않다.

(결론) 자외선이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 파라볼라 안테나가 가열되었다. 따라서 지구 대기권 밖에는 자외선 외에 다른 화상의 원인이 있다.

사람은 질문을 통해 무한히 발전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질문이란 무엇을 알고 있어야 던질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 형식적이고 논리적인 질문이다. 누구나 연습만 한다면 이런 질문을 만들어낼 수 있다. 놀랍지 않은가? 이런 놀이가 여러분을 논리의 세계로 이끈다니.

■ 과학, 논술을 만나다

암기? 외운 내용으로 좋은 글 될까 추론! 논리에서 논리로 논술답게

‘암기’와 ‘추론’은 대칭적인 개념이다. 암기가 과거를 반영한다면 추론은 도래하지 않은 것, 아직 본 적이 없는 것, 기억에 없는 것, 그래서 앞으로 보게 될 것을 의미하는 미래를 다룬다. 또한 암기가 영역 단위의 지식을 추구한다면 추론은 영역 자체가 아니라 학제 간 상호 연관성을 중시한다. ‘암기’가 ‘닫힌 지식’이라면 ‘추론’은 ‘열린 지식’인 셈이다.

이제 여러분은 ‘암기’와 ‘추론’ 간의 차이를 바탕으로 논술고사에서 과학 논제가 추구하는 방식을 보게 될 것이다.

[논제]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연세대 2008학년도 정시 자연계 논술고사 문제 2를 읽자. 논제는 ‘외핵의 대류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지구 내부가 계속 식어가면서 T₁, T₂가 감소할 때 일어나는 지구 자기장의 변화에 관하여 논하시오’이다. 밑줄 친 두 문장을 각각 논제 ①, 논제 ②라고 부르고, 논제 ①에 대한 답부터 생각해본다.

[논제 ① 해설]

학생이라면 누구나 비커에 잘게 썬 잎사귀와 물을 넣고 알코올램프로 가열할 때 나타나는 대류현상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대류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조건을 정리해보자. 먼저 ‘중력’이 있어야 한다. 중력이 없다면 위아래의 개념이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층과 아래층이 바뀌려면 일정한 ‘공간’이 있어야 하고, 그 공간을 기체나 액체 같은 유체가 채우고 있어야 한다. 끝으로 열이 아랫면으로부터 유입되고 윗면으로 방출되어야 한다. 즉 두 면 사이에 ‘온도차’가 필요하다.

지구의 외핵에서도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고 있다. 이 사실을 인식한다면 <그림 1>과 같은 대류현상을 답안에 적게 될 것이다. 또한 제시문(1)에 나와 있는 ‘전기가 통하는 물질이 대류하면 자기장이 발생한다’는 정보를 근거로, 지구 내부의 온도가 낮아져 용융된 철의 양이 줄어들면 대류가 약해지고 결국 지구 자기장이 약해질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를 편의상 학생이 쓴 답안이라고 하자.

이렇게 간단한 답안이 출제자가 요구한 ‘좋은 답안’이라면 의문이 생겨난다. 교과서에서 다루는 기초적인 내용인 대류현상을 기억에서 꺼내서 적고, 제시문의 ‘대류가 자기장을 만든다’는 짧은 정보를 덧붙여 뻔한 결론을 내린다면 그 학생을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러분은 이 의문의 취지에 동의하는가?

이제 유사한 사례를 통해 생각을 넓혀보자. 구름은 빙산처럼 흰색의 윗부분과 투명한 아랫부분으로 나뉜다. 아랫부분의 대기가 열을 받아 상승하면 윗부분의 대기는 공간을 내어주고 아랫부분으로 이동하는데, 예상한 바와 같이 대류현상이 일어난다. 이때 서로 온도가 다른 두 부분이 중간에서 만나 마찰을 일으킨다. 여러분도 구름이 전기를 띤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물질이라 할지라도 온도가 다르면 마찰로 인해 대전되어 정전기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이 정전기를 마찰전기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사례로서, 발전기와 전자석이 있다. 발전기는 자석을 회전시켜 전기를 만드는 장치이며, 전자석은 전류가 만드는 자석이다. 모든 가전제품은 비록 약하지만 나침반을 교란시킨다. 위의 일상적인 사례로부터 외핵의 대류현상과 지구 자기장 사이에 전류가 관여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즉 대류에 의해 마찰전기가 만들어지고 마찰전기가 이동하면서 전류가 되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자기장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유추된 사실을 근거로 <그림 1>의 오류를 찾아낼 수 있다. 즉 그림과 같은 방식으로 대류가 일어나서는 마찰전기가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 2>는 이러한 논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비커의 아랫면을 가열할 때 중심을 가열하면 (a)와 같이 표준형의 대류현상이 관찰되지만, 가열하는 방식을 달리하면 (b)와 같은 대류현상도 관찰할 수 있다. (a) 방식의 대류는 마찰이 없는 반면, (b) 방식의 대류는 유체와 유체가 만나는 곳마다 마찰이 일어난다.

학생에 따라서는 ‘지구의 북쪽은 자기장의 S극 방향이다’, ‘앙페르의 법칙에 따라 전류에 대한 자기장의 방향은 오른나사와 같다’는 지식을 동원하여 외핵 대류의 방향까지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앙페르의 법칙에 관한 추가 제시문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는 헛수고라고 생각된다.

논술은 대화나 구술면접과 같은 쌍방향 의사소통의 일종이다. 논술고사도 다른 쌍방향 의사소통과 같이 출제자의 의중을 정확하게 읽고, 출제자가 원하는 답안을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종종 특별한 논점에 지나치게 집중하거나 장황한 심화 지식을 지면에 한껏 채우는 외골수 학생들을 보게 된다. 여러분이 그런 학생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논제 ② 해설]

논제 ②에 대해 ‘지구 내부의 온도가 낮아져 용융된 철의 양이 줄어들면 외핵 대류가 약해진다. 따라서 지구 자기장이 약해질 것이다’라고 쓴 답안이 있다고 하자.

외핵을 ‘R₁에서 R₂까지’라는 고정적인 거리 개념으로 보지 않고 철이 용융되어 대류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정의한다면, 아래 <그림 3>처럼 지구 내부의 온도가 (a)→(c)로 식어감에 따라 외핵의 폭이 빠르게 감소할 것이다. 또한 대류의 동력이 윗부분과 아랫부분 간의 밀도차라는 사실에서 보면 외핵의 윗면과 아랫면의 온도차가 감소함에 따라 대류의 동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또한 지구가 식어감에 따라 외핵의 윗면이 R₂ 위치에서 안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에 주목하자. 지구 자기장은 외핵의 표면을 따라 흐르는 전류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두 가지다. 전류는 도체의 표면을 따라 흐른다고 말하는 고전 전자기 이론에서 첫 번째 근거를 찾을 수 있고, 외핵의 대류를 중력 방향과 중력에 수직한 방향으로 나누어 볼 때(<그림 2>의 (b)를 참고하라) 중력 방향 즉 외핵의 내부에서는 반대 방향의 대류에 의해 전류가 서로 상쇄되지만 중력에 수직한 방향 즉 표면에서는 전류가 일정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합리적 인식에서 두 번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논제②에 대한 적절한 답안은 ‘지구 내부의 온도가 낮아지면 위에서 검토한 3가지 근거 때문에 지구 자기장이 매우 빠르게 약해질 것이다’이다. 처음에 제시한 답안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라. ‘매우 빠르게’가 추가되었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논술을 지도할 때 부사나 형용사의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한다. 학생의 직관은 사실과 다를 경우가 많고, 과장에 가까운 표현이 글의 객관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매우 빠르게’는 위에 전개된 논의에 비추어 전혀 과장이라고 볼 수 없다.

단순하게 보면, 논술은 논점에 대한 ‘debating’ 즉 언쟁의 기술을 다룬다. 모든 언쟁이란 대립하는 관점을 갖고 있는 상대방을 전제로 어떠한 관점으로 다른 관점을 제압하는 승부의 세계이다. 이렇게 상대가 있고 승부가 갈린다는 점에서 논술은 프로야구나 스타리그와 같은 일종의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게임의 승패는 상대적으로 결정되는데 이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지금까지 우수한 실적을 쌓았다고 해도 그 사실이 현재의 게임마저 승리로 이끄는 것은 아니기에 상대에 따라 적절한 전략을 항상 새롭게 써야 한다. 따라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답안은 아무리 분량이 많고 내용이 깊다고 할지라도 불완전한 답안일 뿐이다.

이제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합리적이거나 평범한 지식을 논제를 해결하는 데 최대한 활용한다.

둘째, 그 외의 지식은 제시문을 통해 활용 여부를 판단한다.

셋째, 감정이 실리는 어휘 형용사 부사를 사용하지 않는다.

백광현 ㈜엘림에듀 대표 집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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