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백가지 약보다 웃음이 건강비결”

  • 입력 2008년 4월 21일 07시 48분


부산 금정구, 병원-약국 자주찾는 250명에 ‘웃음치료’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고, 웃으면 행복해지고 몸이 가벼워집니다.”

18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곡동 금정구청 1층 대강당. 금정구 관내 60대 이상의 의료급여수급자 중 사례 관리 대상자 250여 명은 ‘웃음치료사’인 이현수(61·여) 씨에게 1시간 동안 강의를 들었다.

이 씨는 “어제의 웃음은 저금이 안 되며, 오늘 웃음은 오늘 바로 웃어야 즐겁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급여수급자를 대상으로 부산지역에서 처음 실시된 이 프로그램은 이들이 지나치게 자주 병원과 약국을 이용하는 이른바 ‘의료쇼핑’의 피해를 줄이는 대신 바람직한 건강관리법을 알려주기 위해 마련됐다.

금정구는 6월 말까지 이들을 대상으로 한 달에 두 번씩 웃음치료부터 금연교실, 절주, 스트레스관리 및 운동 등 ‘건강디딤돌 교실’을 운영한다.

부산시는 성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나면 다른 기초자치단체에도 이 프로그램 도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프로그램은 건강한 생활패턴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의료급여 예산도 아끼자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려 금정구가 최근 도입한 것이다.

고혈압과 당뇨 치료를 위해 지난해만 하루 평균 2회 이상 병의원과 약국을 찾은 김모(75) 할아버지는 “몸이 아프니까 병원을 갈 수밖에 없지만 약만 먹다 보니 오히려 몸이 이상한 것 같다”며 “이렇게라도 웃을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료쇼핑은 비용도 문제지만 중복투약과 약물 오남용 등으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지적돼 왔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부산지역의 의료급여수급자는 총 15만8303명. 이들이 1년 동안 병의원과 약국을 찾은 진료건수는 모두 578만702건으로 집계됐다.

정부와 부산시가 이들에게 지원한 진료비만 3807억여 원에 이른다. 1인당 평균 진료일은 248일이고 진료비는 245만 원.

연간 1000일(하루 평균 2.7회) 이상 병의원과 약국을 찾은 의료급여수급자도 3만 명이 훌쩍 넘는 실정이다.

부산시는 이 같은 의료급여수급자들의 잘못된 의료기관 이용 인식을 바로잡고 올바른 건강법을 유지할 수 있도록 1000일 이상 의료급여수급자를 대상으로 중점 관리에 들어갔다.

건강디딤돌 교실 운영에서부터 구청별로 배치된 의료급여관리사 32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사례 관리를 철저히 해 나가기로 했다.

정말 몸이 아파서 진료를 받아야 할 대상자에게는 선택병원에 대한 정보와 상담, 사후관리를 해 주면서 주기적인 방문을 통해 의료정보 제공과 건강상담도 병행하기로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늘어나는 수급자와 급여비 인상 요구 등 어려움이 많지만 사례 관리를 통해 효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의료급여수급자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다양한 시책을 펴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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