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없어… 내가 헛소리한 사람 됐다” 김용철 변호사

  • 입력 2008년 4월 17일 20시 35분


삼성 비자금 의혹을 주장한 김용철 변호사는 17일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 변호사는 "할 말이 없다. 내가 헛소리한 사람이 돼버렸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향후계획에 대한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수사결과를 볼 것도 말 것도 없다"며 "너무 힘들어서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를 도와 삼성 비리의혹을 제기했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도 크게 실망한 표정이었다.

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삼성 특검뿐만 아니라 이 사회 전체가 삼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번 사건의 진실은 뇌물인데 이것을 떡값으로 에둘러 말해야 하는 현실에서 특검도 자유롭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불구속이나마 기소를 한 것은 과거에 비해 상전벽해의 변화이기는 하지만, 결국 비자금 조성 경위 등 핵심을 밝히는 것에는 실패했다"며 "돈의 힘에 장악된 자유롭지 않은 영혼들 때문에 있는 것을 있다고 말하지 못하는 현실이 비탄스러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민단체의 반응은 엇갈렸다.

참여연대는 "비자금 조성과 불법 로비의 구체적인 증거와 증인을 외면한 전형적인 부실수사"라며 "경영권 불법 승계사건도 이미 밝혀진 범위를 넘지 않은 제한적 기소에 그친 온정수사"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경제개혁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함께 재고발과 항고 등 가능한 모든 법적 후속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특검이 이건희 회장을 포함해 10명의 관계자를 불구속 기소하고, 경영권 불법승계도 밝혀낸 점에 대해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며 "섣불리 여론에 따라 판단하지 말고, 법원 판결을 더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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