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씨 선거 때마다 대기업서 수십억씩 받아”

  • 입력 2008년 3월 6일 17시 08분


박철언 前의원. 동아일보 자료사진
박철언 前의원. 동아일보 자료사진
前보좌관 "1000억대 비자금 관리"…박씨 "유산·기부금"

박철언 전 정무장관이 대기업으로부터 수십 억 원대의 돈을 받아 1000억 원 대의 비자금을 측근에게 맡겨 관리했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됐다고 문화일보가 6일 보도했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은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하면서 문제의 자금은 유산과 친·인척 자금, 협찬자의 대가 없는 기부금 등으로 복지통일재단 설립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박 전 장관의 국회 보좌관을 지낸 김호규(58) 씨가 5일 "1988~89년 당시 박 전 장관은 청와대 정책보좌관 겸 국회의원이던 권력 실세로 선거 때마다 대기업들이 60억~70억 원씩 싸들고 찾아왔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김 씨는 또 이 신문에 "박 전 장관이 조성한 비자금은 대부분 H, S, D, L 그룹 등 당시 대기업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한번은 돈이 너무 많아서 '이 돈이 웬 돈입니까'라고 물어본 적도 있었다"며 "박 전 장관은 나에게 직접 불법자금이니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2번, 3번 이상 철저히 세탁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1988~89년은 실명제 시행 전으로 당시는 1000만 원, 500만 원씩 쪼개서 가명 또는 차명으로 계좌를 만들어 본인과 본인 가족 이름으로 세탁해 007가방 2개(1개에 500만 원씩)에 나눠 박 전 장관에게 갖다 주기도 했다"고 세탁 과정도 자세히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김 씨는 "비자금 관리인은 최소 10여명, 가·차명계좌는 100여 개에 이른다"면서 "무용과 K교수, 전직 은행지점장 서모 씨 등 소송 당사자 외에 법무사 김모 씨, 박 전 장관의 비서 출신 강모 씨와 이모 씨, 미술거래상 장모(여) 씨, 가수 출신 연예인 장모(여) 씨 등이 수 억에서 수십 억 원씩 차명계좌를 운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차명계좌를 모두 합치면 총 자금 규모는 1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며 "박 전 장관이 계속 부인한다면 통장과 수표사본, 도장, 괴자금 인출날짜, 전달한 날짜 등이 적힌 메모 등을 검찰과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K 씨에게 횡령 당한 돈 등 모든 자금은 선친의 뜻에 따라 현역에서 물러나면 복지통일재단을 만들려고 물려받은 유산과 친·인척 자금 및 협찬자들이 대가 없이 내놓은 돈을 합친 것"이라며 비자금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박 전 장관은 또 "수표를 추적하면 다 나오는데 (본인의 돈에 대해서는) 김영삼 정권 들어서도 대기업 관련 자금은 나오지 않았다"며 '투명한 돈'임을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이어 "차명계좌는 60개에 불과하며 은행 통장은 한국복지통일연구소에서 갖고 있었고 자금 관리인이라고 나서는 사람들은 모두 은행 심부름(정기예금 이율을 높은 것으로 바꾸는 일 등)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김 씨는 통장 분실사고를 낸 사람으로 외국으로 도피했다가 공소시효가 지나니까 국내에 돌아와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전 장관의 돈의 실체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기업체에서 받은 뇌물이라는 추정은 할 수 있는데 수사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소시효가 다 끝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전 장관의 돈에 대해) 결국 (일방적인) 주장 밖에 없을 텐데 그것도 박 씨 본인이 부인하면 그만"이라며 "박 씨가 출처를 털어놓지 않으면 결국 논란만 일다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씨가 법 전문가 중에 전문가인데 자기 불리할 거 다 따져보고 문제 없을 거라고 판단한 뒤 고소하지 않았겠느냐"며 "수원지검에 고소돼 재판 진행 중인 건도 횡령 그 건에 국한해서 재판을 할 수 있는 것이지 돈의 성격 규명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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