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글쓰기 방법론 ④ 주장 전개 과정에서 주의할 점

  • 입력 2008년 1월 14일 02시 58분


나만의 생각 쓰면서

논지가 아닌 논증을

논리적으로 전개해야

논술은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것입니다.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자신’이 아닌 ‘남’의 생각으로 글을 쓰는 학생도 많습니다.

제시문의 필자가 플라톤이라고 해서, 노자라고 해서 그 권위에 기대서 무조건 그를 지지하는 식으로 글을 쓰는 비주체적인 태도가 그렇고, 자신이 소화할 수 없는 성인군자 같은 논지를 펼치는 자기 포장적인 태도가 그렇습니다. 또 사회의 지배적인 담론이라고 해서 내적인 성찰 없이 그것을 곧장 받아들이는 몰개성적인 태도도 그렇습니다. 이것이 모두 ‘자신’이 아닌 ‘남’의 생각으로 글을 쓰는 겁니다.

좋은 논술이란 간단합니다. 결국 읽는 사람을 공감시키고 설득시키는 것입니다. ‘남’의 생각으로 쓴 글은 애초부터 그런 설득력을 가질 수가 없겠지요. 내 생각이 아니기 때문에, 나도 특별히 공감을 하지 않는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나도 공감을 하지 못하는 주장을 남에게 한다면 그 사람은 그 주장에 대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요?

논술은 가치관이 아닌 사고력을 측정하는 것이고, 대학에서는 논지가 아닌 논증을 평가합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이 논증을 하기 이전에 자신의 논지를 검열합니다. 착한 사람, 훌륭한 사람이 되겠노라고 도덕적 다짐을 합니다. 의도는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그런 도덕적 다짐이 평소의 진지한 자기 성찰 없이 글쓰기용으로, 극히 실용적인 목적에서 구사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런 식의 즉흥적인 다짐에 남을 설득시킬 수 있는 진정성이나 무게감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럴 바에야 평소의 자기 생각(그것이 도를 지나칠 정도로 반사회적인 것이 아니라면)을 솔직하게 쓰는 것이 더욱 설득력이 있습니다.

논술은 착한 사람, 훌륭한 사람을 뽑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대학에서는 모든 논지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반사회적인 주장이 아닌 한, 학생의 논지를 그대로 수용하고 존중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서 학생의 사고력과 논증 능력을 평가합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대학의 평가기준에도 없는 도덕적 검열을 합니다. ‘논지에 대한 도덕적 검열’이 아닌 ‘논증에 대한 논리적 검증’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모든 주장이 다 하나의 주장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논지가 극단적이거나 절충적인 경우, 실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경우는 하나의 논지, 즉 주장으로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커다란 감점 사유가 됩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고려는 부족한 채 도덕적 당위성만을 규범적인 차원에서 제기하는 것도, 특별히 잘 쓴 경우가 아니라면 좋은 주장으로 평가받기 어렵습니다.

윤형민 스카이에듀 논술원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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