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논술성적 따로논다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코멘트
올해 수시모집 결과 상관관계 낮게 나와

대학들 “무슨 기준으로 뽑아야하나” 고심

올해 한양대 의예과 수시모집에 지원한 A 군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과 과학탐구 4과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지만 12일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은 다른 지원자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논술 성적이 합격 기준점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학과는 이번 수시모집에서 ‘언수외탐 중 2개 영역이 1등급이고 나머지 2개 영역 중 1개는 2등급 이내’를 최저학력기준으로 설정했다. 이 기준을 만족하면 학생부 50%와 논술 50%의 기준으로 뽑지만 A 군은 논술 성적이 매우 낮아 불합격됐다.

2008학년도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대학별로 시작된 가운데 수능과 논술 성적의 상관관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미달 탈락률
대학탈락률비고
고려대34%지원자 기준
성균관대40%지원자 기준
중앙대46%조건부합격자 기준
이화여대26.7%수시 2-1 기준
건국대66.5%지원자 기준

▽수능-논술 성적 엇갈리는 사례 많아=12일 각 대학과 입시기관에 따르면 올해 수시모집에서 수능과 논술 성적이 엇갈리는 사례가 예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등급제 수능으로 비슷한 실력의 수험생을 한 등급으로 묶다 보니 같은 등급 안에서도 논술 실력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최저학력기준이 2등급인 경우 1등급과 2등급 수험생의 당락이 논술로 뒤바뀌는 현상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 차경준 입학처장은 “언수외탐이 모두 1등급인 학생 2명 이상이 논술 때문에 불합격하는 등 수능과 논술의 상관관계가 예년보다 더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학생 선발 기준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고민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고려대는 5월 수능과 학생부, 모의논술의 상관관계를 발표하고 수능과 논술 관계지수가 인문계 0.219, 자연계 0.405(1이면 완전 일치)로 높은 상관성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고려대 박유성 입학처장은 “통계를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이번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와 논술, 수능 성적이 완전히 따로 놀고 있다”며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학생들을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능 기준 미달 탈락자 증가=이날 합격자를 발표한 대부분 대학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의한 탈락률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86명의 합격자를 발표한 건국대는 전체 지원자 중 최저학력기준 때문에 탈락한 수험생이 66.5%로 지난해보다 15.5%포인트 늘었다고 밝혔다.

이화여대는 수시 2-1과 수시 2-2 합격자 1038명과 539명을 발표한 가운데 2-1의 최저학력기준 탈락률이 26.7%로 지난해(22.5%)보다 약간 증가했다.

중앙대는 수시 2-2 학업적성면접 전형의 조건부 합격자 254명 중 118명(46%)이 수능 성적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자연계(55%)가 인문계(43%)보다 탈락률이 높았다.

고려대는 지원자 4만8600명 중 34%, 성균관대는 3만4000명 중 약 40%가 최저학력기준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는 수시 2-1과 2-2 합격자 1970명을 발표했지만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한 수험생을 먼저 걸러내 탈락률을 산정하지 않았다.

한 대학 입학처장은 “최저학력기준 미달 탈락자가 늘어난 것은 등급제가 처음 도입되는 데 따른 불안감으로 인한 중복 지원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며 “상위 4%, 7%를 각각 한 등급으로 대충 묶다 보니 같은 등급 안에서도 수험생들의 실력이 들쭉날쭉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