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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2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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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기름 유출 사고 방제작업 3일째인 10일 오전 11시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 백사장에는 검은 파도에서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서울에서 온 자원봉사자 이미지(24·여·연세대 대학원) 씨는 기름때에 전 방제복을 입고 장갑을 낀 채 백사장에 낀 검은 기름을 흡착포로 떠내는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젖은 옷을 입은 채 쌀쌀한 바닷바람을 쏘여 볼이 얼어 있었고 얼굴에는 피곤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는 “제가 힘들다고 해 봐야 큰 사고를 당한 어민들만큼 힘들겠느냐”면서 “오늘 서울로 올라가 친구들도 함께하자고 졸라 보고 안 되면 혼자라도 다시 올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주변에서는 충남 서산의료원의 의사 정태은(42) 씨가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마을 전체에 진동하는 기름 냄새로 구토 두통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이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을 치료하는 것이 그의 역할.
정 씨는 “기름이 엄청나게 유출돼 불편을 느끼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도움을 드리려고 원장선생님과 함께 5명이 나왔다”며 “오전에만 50여 명이 다녀갔는데 대부분 두통을 호소했고 일부는 작업을 하다 다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태안군의 40여 km 해안에는 이처럼 자원봉사의 물결이 넘쳤다. 흡착포로 기름을 걷어내는 사람, 양동이로 기름을 떠내는 사람, 오일펜스 설치 작업을 돕는 사람….
해양오염방제대책본부는 이날 하루 주민 군인 경찰 행정공무원 회사 직원 등 8800여 명이 방제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각종 장비나 물품의 부족으로 힘들게 찾아온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았다.
이날 오전 충남 태안해양경찰서와 태안군에는 소원면 모항리 어촌계 대의원 국현민(48) 씨 등 어민들이 찾아와 “자원봉사자들이 방제 물품이 없어 작업을 못하고 그대로 돌아가야 한다니 말이 되느냐”며 강하게 항의를 했다.
하루 전인 9일 오전 10시 반경에도 모항리에 군인 200여 명이 도착했지만 장갑, 방제복, 바가지, 흡착포 등이 모자라 이 중 20여 명만 작업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나머지 인력들은 물품이 오후 2시 반에야 도착하는 바람에 고작 2시간 반 정도만 작업하고 돌아갔다.
현장에서는 유출된 원유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기름이 옷에 엉켜 붙어 갈아입을 옷이 크게 부족한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美 해안경비대 “복구 돕겠다”
한편 미국 해안경비대(Coast Guard)가 8일 국무부를 통해 충남 태안군 만리포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사고의 수습을 돕겠다는 뜻을 전달해 왔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0일 “기름 유출사고를 수습했던 경험이 있는 미국 해안경비대가 오염 방제 작업을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해 왔다”며 “필요할 경우 미국에 물자와 자재, 전문인력 지원을 요청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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