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에 드리운 ‘부패 먹구름’

  • 입력 2007년 11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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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기상관측장비 도입 과정에서 특정업체의 제품이 납품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공문서를 조작한 혐의(직권남용)로 전 기상청 항공기상대장 김모(62) 씨에 대해 2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김 씨의 지시를 받고 서류를 조작한 성모(56) 씨 등 전 현직 기상청 공무원 6명과 장비 납품가격을 조작한 최모(48) 씨 등 현직 기상청 공무원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기상청 내부문건을 기상관련 업체인 K사에 넘겨준 허모(48) 씨 등 2명을 불구속입건하고 K사 대표 김모(38) 씨에 대해서는 계약과 달리 싼 장비를 기상청에 납품한 혐의(사기)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04년 12월 울산공항에 설치될 저층기상관측장비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해 저층 관측에 부적합한 K사의 고층기상관측장비를 16억5000만 원에 구매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성 씨 등 당시 부하 직원들에게 K사 제품이 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허위 평가서를 만들어 조달청에 통보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퇴직한 뒤 K사의 계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K사 장비 도입은 지난해 사망한 당시 기상청장의 지시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김 씨 등과는 별도로 최 씨 등은 지난해 12월 기상청이 고층기상관측장비를 도입할 때 K사가 계약보다 11억여 원이 싼 장비를 납품했는데도 원래 계약대로 납품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기상청에서 퇴직한 뒤 K사로 자리를 옮긴 채모(69) 씨도 기상청 후배 공무원에게서 내부전산망 ID와 비밀번호를 건네받아 2005년 10월부터 최근까지 6100여 건의 기상청 내부문건을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K사가 각종 특혜를 받으며 2005년과 2006년 기상청의 외주사업 30건 가운데 25건을 따냈다”며 “계약금액으로 따지면 97%의 사업이 K사에 돌아갔다”고 밝혔다.

경찰은 입건된 기상청 공무원들이 K사로부터 특혜 대가로 돈을 받았는지와 K사가 또 다른 장비 도입 과정에서 혜택을 받았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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