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보물선서 고려 목간 첫 발굴

  • 입력 2007년 10월 1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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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최근 충남 태안군 대섬 앞바다에서 발굴한 12세기 전반 고려청자 철화퇴화무늬 두꺼비 모양 벼루(왼쪽)와 청자 사자 모양 향로. 철화퇴화 기법으로 만든 두꺼비 모양의 벼루는 처음 나온 것이다. 사자 모양의 향로는 해학적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희귀한 사례다.연합뉴스
문화재청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최근 충남 태안군 대섬 앞바다에서 발굴한 12세기 전반 고려청자 철화퇴화무늬 두꺼비 모양 벼루(왼쪽)와 청자 사자 모양 향로. 철화퇴화 기법으로 만든 두꺼비 모양의 벼루는 처음 나온 것이다. 사자 모양의 향로는 해학적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희귀한 사례다.연합뉴스
화물에 매다는 꼬리표… ‘강진 청자’ 기록

두꺼비 모양 청자 벼루-사자향로도 나와

올여름 수천 점의 청자가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했던 충남 태안군 대섬 앞바다의 청자 운반선(일명 태안선)에서 이번엔 고려시대 목간과 두꺼비 모양의 벼루 등 희귀 유물이 대거 나왔다.

올해 7월부터 대섬 앞바다를 발굴 중인 문화재청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11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두꺼비 모양 벼루, 사자 모양 향로 등 12세기 전반의 고려청자 1만9000여 점과 청자 운반 화물꼬리표인 목간(木簡·글씨를 써 넣은 길쭉한 나뭇조각) 16점을 인양했다”며 주요 유물을 공개했다.

이날 발표한 유물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목간이다. 고려시대 목간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청자 운반선의 출항지와 청자를 받는 사람 등이 기록돼 있어 청자 운반에 이용된 화물 꼬리표로 확인됐다.

한 목간에 적힌 ‘耽津亦在京隊正仁守(탐진역재경대정인수)’는 ‘탐진(耽津·강진의 옛 이름)에서 수도(개경·지금의 개성)의 대정(하급 관리) 직급의 인수(사람 이름)에게 보낸다’는 뜻이다. 다른 목간에는 ‘최대경 댁에 올린다’는 뜻의 ‘崔大卿宅上(최대경댁상)’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는 태안선에 실린 청자들이 강진에서 생산됐으며 개경의 관료들이 사용했음을 보여 주는 자료다. 청자 운송 책임자의 수결(서명), 적재 단위 등도 적혀 있어 고려시대 청자의 유통 및 생활 문화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촬영 :문화재청 제공

두꺼비 모양 벼루와 사자 모양 향로도 이번 발굴의 성과로 손꼽힌다. 철화(흑갈색 철사 안료로 무늬를 표현)와 퇴화(검은색 흰색 등의 점을 찍어 무늬를 도드라지게 표현) 기법으로 무늬를 넣은 청자 중 두꺼비 모양의 벼루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자 모양 향로는 익살스러운 사자 모습이나 실제 향이 나오도록 한 기능에서 고려인의 미감을 엿볼 수 있다.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962년부터 수중 발굴을 보아 왔지만 이렇게 놀랄 만한 유물이 많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문화재청은 “3분의 2 정도 발굴이 이뤄졌기 때문에 1만여 점의 청자가 더 발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섬 앞바다 수중 발굴은 어민 김용철(58) 씨가 잡은 주꾸미 다리 빨판에 청자 대접이 딸려 나온 것을 계기로 시작됐으며 운반선과 목간, 희귀 청자 발견에 힘입어 국내 수중 발굴의 최대 성과로 평가받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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