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가을하늘에 속삭인 작은 소망들, 10년후엔…

  • 입력 2007년 10월 11일 0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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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닮은 아들 하나 갖게 해 주세요.”

“하루빨리 취직해서 가족 모두 행복해지길….”

광주 동구 금남로공원에 색동 쪽지로 터널을 이룬 ‘소망터널’이 행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수많은 쪽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도 장관이지만 쪽지의 글귀들은 보통 사람들의 소박하고도 애틋한 꿈과 희망이 담겨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 터널은 9일 시작된 제4회 충장로축제 행사의 하나로 꾸민 것.

광주시내 초등학교와 유아원생 등 1만여 명의 소망을 적은 쪽지를 터널 모양의 철제 구조물에 매달았다.

또 현장에 쪽지를 비치해 누구나 자신의 소망을 적어 매달도록 해 10일 현재 모두 1만2000여 개의 소망쪽지가 내걸렸다.

이들 쪽지에 담긴 사연들을 보면 보통 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그대로 묻어 난다.

‘아빠가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아서 울지 않게 해 주세요’ ‘성격 좋고 멋진 남자친구가 얼른 눈앞에 나타나기를…’ ‘내 딸이 내년에는 원하는 대학에 꼭 합격하길 빕니다-수진 엄마’ ‘몸무게 5kg 감량에 성공해 날씬해지고 싶어요’ ‘11월에는 결혼하게 해 주세요’ 등 가족의 건강과 작은 소망이 이뤄지길 바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잘 이끌어 갈 현명한 대통령이 선출되기 바랍니다’ ‘하루빨리 통일되게 해 주세요’ 등 나라를 걱정하는 문구와 ‘로또 1등에 당첨됐으면…’ 등 부자 되기를 원하는 메시지도 눈에 띈다.

주최 측은 행사 이후에도 이 쪽지들을 보관해 10년 후 충장로축제에 다시 내놓음으로써 글쓴이들이 자신들의 소망이 이루어졌는지 되돌아보도록 할 계획이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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