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 후원금중 수억 선물구입 사용 단서”

  • 입력 2007년 9월 26일 1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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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과 신정아 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에 대한 보강수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수사의 성패에 조직의 자존심을 건 검찰 수사팀은 연휴를 반납한 채 이들에 대한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물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변 전 실장 혐의 입증 난항=검찰은 신 씨의 업무상 횡령 혐의 입증에는 상당히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신 씨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성곡미술관에 지원된 기업들의 후원금 중 수억 원을 신 씨가 해외 미술 전시회 관람, 선물 구입 등에 사용한 단서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변 전 실장이 산업은행 등 기업들에게 성곡미술관에 지원금을 내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직권남용 또는 제3자 뇌물제공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법률적으로 혐의를 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권남용이 되려면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차관 재직 당시 직권을 이용해 기업들이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데 법원 판례는 직권과 의무가 인과관계가 있어야 범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즉 기업들이 미술관에 돈을 내는 행위가 변 전 실장의 직무상 권한과 직접 연관이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게 검찰의 숙제다. 여기에 최근 까다로워진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기준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검찰의 부담은 더욱 크다.

변 전 실장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되면 신 씨는 공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직권남용 적용이 어려울 경우 검찰은 제3자 뇌물제공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변 전 실장이 기업들로부터 모종의 청탁을 받고 뒤 신 씨 측에 후원금을 제공하도록 했다는 점을 밝혀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변 전 실장은 신 씨가 가짜 박사라는 몰랐다고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어 업무방해의 공범으로 의율하기도 쉽지 않다.

▽자존심 걸린 검찰=검찰은 신 씨와 변 전 실장, 정 전 비서관을 구속하는 것은 수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과정일 뿐만 아니라 검찰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서울서부지검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투입하고, 부산지검에도 검사 7명을 포함해 38명의 대규모 수사 인력을 투입하면서 두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다짐했다.

하지만 이달 18일 신 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검찰은 "사법부의 무정부 상태"라는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법원을 비난했지만 20일 법원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마저 기각했다. 이에 정상명 검찰총장이 21일 오전 출근을 하지 않으며 법원에 '묵언의 항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들 세 사람의 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된다면 추가 수사는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 검찰로서는 자존심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서울서부지검과 부산지검의 특별수사본부는 추석 연휴마저 모두 반납한 채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할 수 없을 만큼 세 사람의 혐의를 보다 정교하게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변 전 실장과 신 씨는 주요 사건 피의자로서는 드물게 검찰에 6차례나 소환됐고, 부산지검도 구속 수감 중인 김상진 씨와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연휴 기간 중 소환해 정 전 비서관의 혐의를 탄탄히 다지는데 주력했다.

부산지검은 정 전 비서관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정교하게 다듬어 구속영장을 재청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세무조사를 중단해주고 김 씨로부터 1억원을 받은 정 전 청장에 대한 조사에서 정 전 청장이 김 씨에게 "정 비서관에게도 인사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김 씨가 "비서관 형의 사업체를 연산동 아파트 건축사업에 끼워 주기로 했다"고 진술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12억6000만 원 상당의 이 공사가 아직 진행되지 않았지만 세무조사 무마 청탁의 대가로 공사를 발주해 주기로 '약속'을 한 만큼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 중견간부는 "개별 판사의 영장 기각에 검찰총장까지 고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검찰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세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이 다시 기각된다면 결국 상처를 입는 것은 검찰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장택동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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