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서울대 모의 논술 사례로 본 명확한 논제파악 3단계

  • 입력 2007년 8월 28일 03시 02분


《논술은 ‘주문 요리’와 같다. 손님(출제자)이 먹고 싶은 요리를 주문(논제)하면 요리사(수험생)는 손님이 원하는 메뉴를 만들어 상을 차려 낸다. ‘논제 분석이 논술의 절반’이란 말이 있는 건 이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최근 통합논술의 효과적인 지도법을 정리한 ‘논술교육 길라잡이 Ⅱ’를 만들어 전국 고등학교에 배포했다. 이 안내서는 논제를 분석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이른바 ‘개념분석법’을 제시하고 있다. 개념분석법은 복잡하고 긴 질문 속에서 핵심 개념을 빠르게 추려냄으로써 질문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논리학적 테크닉이다. 학생들의 논술 답안에는 자유 평등 평화와 같은 추상적인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논제가 요구하는 바를 정확하게 몰라서 대충 덮고 넘어가려는 ‘위장전술’인 경우가 많다. 서울 중동고 안광복(철학) 교사는 “개념분석법을 사용해 논제를 파악하는 습관을 기르면 답안이 훨씬 명쾌해지고 논의가 겉도는 일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2월 실시된 서울대 모의논술 고사를 사례로 들면서 개념분석법을 통한 논제 파악 과정을 단계별로 제시했다. ▶easynonsul.com에 서울대 모의논술 문제와 모범답안》



<사례> 서울대 모의논술 인문계열 문항2 중 논제3=‘위의 논의를 토대로 정보화 시대의 이상적인 민주주의를 구상해 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기술하시오.’(800자 이내)

1 핵심 개념 분리하기

○ 질문이 섞여 있는 복잡한 논제는 영어독해 할 때처럼 끊어서 보자

영어독해를 할 때처럼 논제를 끊어 읽어 보자. 하나의 논제에 두 가지 질문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먼저 ‘정보화 시대의 이상적인 민주주의를 구상하라’는 질문이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묻는다.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첫째, ‘민주주의’란 개념을 분석하고 둘째, 정보화 시대의 특징 가운데 민주주의와 관련 있는 점을 살펴봐야 하며 셋째, 정보화 시대에 이상적인 민주주의를 실현할 방안을 생각해 내야 한다.

결국 ‘민주주의’란 개념을 분명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논의 자체를 시작할 수가 없다. 이처럼 여러 질문이 섞여 있는 복잡한 논제를 다룰 때는 핵심이 되는 개념부터 우선적으로 분리해 내야 한다.

2 사례 통해 특징 찾기

○ 추상적 개념 설명위해 전형적 사례-반대 사례-모호한 사례 찾자

사례를 떠올린다. ‘핵심 개념이 사용되는 전형적인 사례→그 반대 사례→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모호한 사례→가상의 사례’ 순으로 생각해 본다. 각 사례를 때론 비교해 보고 때론 대조하는 과정에서 핵심 개념이 의미하는 바를 분명히 알 수 있게 된다.

민주주의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정치체제’를 뜻하는 추상적 개념이다. 우선 ‘전형적인 사례’는 국민이 선출한 대표들이 국민을 대신해 정치 권한을 갖는 오늘날의 민주주의, 즉 ‘대의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논제에는 ‘이상적인 민주주의’라는 조건이 있으므로 고대 그리스에서 시민이 모두 참여했던 ‘직접 민주주의’를 떠올리는 것이 핵심에 더 근접한 사례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반대되는 사례’로는 세습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제’나 ‘독재체제’ 또는 개인의 모든 활동이 국가 발전을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보아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전체주의’를 들 수 있다.

세 번째로 ‘모호한 사례’로는 조선시대의 ‘신문고 제도’를 들 수 있다. 신문고는 백성이 북을 울려 억울한 사정을 임금에게 직접 고하는 제도지만 백성의 의견을 고루 들어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전형적 사례인지, 반대 사례인지 모호하다.

마지막으로 ‘가상의 사례’. 인터넷을 통해 모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온라인으로 투표를 하는 ‘전자민주주의’가 그 예다. 전자민주주의는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법이지만 △인터넷 사용자들이 주로 대도시에 사는 젊은 세대라는 점 △인터넷의 익명성 탓에 건전한 비판보다 악의적인 비방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이렇듯 전형적·반대·모호한·가상 사례를 구체적으로 떠올리면서 비교 및 대조하다 보면 민주주의라는 핵심 개념을 정확하게 정의하면서 문제해결을 시작할 수 있다.

서울대는 모의논술 채점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분위기 속에 모든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사회’라고 정의한 답안을 ‘논제의 지시사항에 충실하여 잘 해석한 정의’라고 평가했다.

3 답안 유형 숙지하기

○ 논제의 요구사항에 맞춰 생각해 보고 유형에 따른 답안 전개

논제는 대체로 ‘요약하시오’ ‘반론을 제시하시오’ ‘기술하시오’와 같이 주어진다. 여기에 ‘∼의 관점에서’ ‘∼와 비교하여’ ‘예상되는 반론을 반박하면서’ ‘생활 주변의 사례를 들어’ 등의 단서가 붙는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주어진 논제를 요구사항에 맞춰 생각해 보고, 그 관점을 통해 제시문을 해석한 뒤 글을 써야 한다. 논제의 유형을 익혀서 그 틀에 따라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면 어떤 문제가 나와도 제시문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전개하기가 쉬울 것이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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