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위조 혹시 또?” 대학가 후폭풍

  • 입력 2007년 8월 2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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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를 시작으로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는 유명인사 학력 위조의 ‘후(後)폭풍’이 대학가를 강타하고 있다. 주요 대학들은 학위 검증을 위해 통합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조만간 실무 모임을 열어 세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 대학은 검증 대상을 신규 임용자뿐 아니라 전임교수 전체로 확대하기로 해 기존 교수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검증 시스템 마련에 ‘부산’=고려대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5개 대학 교무팀장들은 22일 실무 모임을 열어 학위 검증을 위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들 대학이 통합 학위 검증 시스템을 마련하면 다른 대학들도 속속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각 대학은 가짜 학위를 솎아 낼 자체 검증 시스템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연세대는 앞으로 임용될 모든 교수를 대상으로 미국 대학과 유사한 방식의 ‘학위 검증 3단계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먼저 교수를 채용할 학과는 지원자의 지도교수에게 직접 연락해 학위 취득 여부를 확인한다. 만약 지도교수와 연락이 닿지 않으면 지원자가 나온 대학의 도서관을 통해 학위 논문을 입수해 진위 여부를 검증하게 된다. 논문 입수도 쉽지 않을 경우 지원자의 출신 대학에 정식으로 학적 조회를 의뢰한다는 것.

고려대는 지금까지 박사 학위만을 검증해 왔으나 앞으로 석사 학위도 해당 출신 대학을 통해 조회할 계획이다.

중앙대는 예체능계 학과를 중심으로 기존 교수와 강사들의 학력을 전부 다시 조사하기로 했다.

인천전문대도 시립(市立)으로 전환한 직후인 1994∼1998년 방학을 이용해 필리핀 등 특정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교수 9명을 비롯해 전체 전임교수 155명의 학력을 다시 검증하고 있다.

경희대는 국내 학위 검증 전문업체에 의뢰해 앞으로 임용될 교수들의 학위를 검증할 계획이다.

▽높은 학위 검증 장벽=일부 해외 유명대학들은 국내 대학이 학위 검증을 요구해도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학위 취득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특히 외국 대학의 학위 원본을 위조할 경우 학술진흥재단도 진위 여부를 알기 어려워 지원자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학위 검증에 정부가 직접 나서 주길 바라고 있다.

배재현 성균관대 교원인사팀장은 “외국 대학에 학력 조회 e메일을 10통 보내면 1, 2통 정도 답신이 온다”며 “학술진흥재단이 직접 해당 국가기관을 통해 지원자가 나온 대학의 인가 여부와 지원자의 학위 취득 여부를 확인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의 차질 불가피=학력을 위조한 교수들이 소속된 대학들은 2학기 개강을 앞두고 해당 교수가 담당하는 과목을 폐지하거나 새로운 강사를 구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단국대는 김옥랑 교수가 맡은 ‘문화와 정체성’(학부)과 ‘예술경영학’(대학원) 등 2개 과목 중 문화와 정체성은 폐지하고 예술경영학은 강사를 바꾸기로 했으나 아직까지 대체 강사를 구하지 못했다.

이 대학 최종태 경영대학원장은 “김 교수 파문이 개강에 임박해 불거져서 새로운 교수를 찾는 데 시간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동국대도 신정아 전 교수가 맡은 ‘미술의 역사’ 과목을 새로 담당할 강사를 수소문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짓지 못했다. 신 전 교수가 담당한 또 다른 강의인 ‘미술경영’은 폐지키로 했다.

김천과학대는 이창하 전 교수가 맡았던 3개 과목을 다른 교수와 강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이 교수의 강의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것이어서 학생들의 충격이 상당히 크다”고 전했다.

명지전문대 권두승 입학처장은 “대학 인사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장미희 교수에게 연기실습 과목을 계속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위원회에서 장 교수를 해임하거나 파면할 경우 정상적인 수업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대학들이 추진 중인 학위검증 시스템
고려대학·석사 학위까지 학력조회 확대기존 교수 출신대학 재확인
연세대학과, 학위보관소, 대학 통한 3단계 검증기존 교수 출신대학 재확인 검토
성균관대학력조회 강화기존 교수 출신대학 재확인
한양대학위증·원본 대조, 총장 명의 확인 공문 발송
한국외국어대학위 서류를 학교 직인이 찍힌 미개봉 편지 상태로 제출
중앙대학력조회 강화예체능계와 동유럽 국가 학위자들에 대한 집중 검증
경희대학위 검증 전문업체 이용 추진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대교협 ‘학력검증센터’ 설립 추진▼

최근 허위 학력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교수 임용 후보자 등의 학위 검증을 대행하는 가칭 ‘학력(학위)검증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식 대교협 사무총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국내에서 학위 검증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없어 대교협이 학력 검증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교협은 외국 대학에서 한국 학생의 학력 검증 요청이 오면 각 대학으로 전달해 이를 확인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반대로 국내 대학이나 기업이 외국 학위의 검증을 요청하면 대교협이 외국 단체 등을 통해 학위 검증을 대행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일정한 조회 대행 수수료를 받을 계획이다.

김 사무총장은 “교육인적자원부 한국학술진흥재단 등과 협의해 기구 설립을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라며 “지난해 독일대학총장협의회와 학위 검증에 필요한 정보 공유 등에 관한 업무협약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미국, 영국, 호주, 동남아 국가 등의 단체와도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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