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해수욕장 "올 여름 장사 망쳤다"

  • 입력 2007년 8월 13일 1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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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피서특수를 기대했던 전국 해수욕장 주변 상인들은 개장 내내 비에 젖은 휴일이 계속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지루하게 이어진 장맛비와 게릴라성 폭우에 울상이다.

각 해수욕장과 주변 상인들은 제대로 장사도 해 보지 못한 채 폐장일이 다가오자 일부 개점휴업 상태인 해수욕장은 아예 폐장을 앞당길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날씨가 미워요" =이번 피서철 유난히 잦은 폭우와 천둥, 벼락, 안개 등의 궂은 날씨로 인해 모처럼 특수를 기대했던 전국의 해수욕장이 울상을 짓고 있다.

게릴라식으로 전국을 오르내리며 쏟아지는 폭우 등으로 호우특보가 이어져 피서지로 향하는 피서객의 발목을 잡는 악재가 되기도 했다.

해수욕장 개장 이후 해가 반짝 뜬 날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주말과 휴일이 계속됐고 피서 절정기로서 특수를 좌우하는 8월 첫 주말과 휴일에도 전국에 비가내린 것은 물론 8월 들어 낮 최고기온이 30℃를 넘은 날도 불과 닷새 정도에 불과했을 정도다.

동해안 최대 규모의 해수욕장이 있는 강릉은 피서 절정기인 8월 3¤5일 내내 비가 내렸고 8월 들어 맑은 날은 이틀에 불과했으며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날도 6일 뿐이었다.

주말인 4일 낮 최고기온은 23.3도에 불과했다.

해운대해수욕장이 있는 부산에는 이달 들어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날은 겨우 4일 뿐이었고 주말과 휴일에는 궂은 날씨에 높은 파도로 해수욕이 금지돼 피서객들은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으며 남. 서해안도 온전히 맑은 날은 불과 이틀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여수 만성리 해수욕장을 비롯한 소규모 해수욕장은 개점 휴업상태이며 일부 해수욕장은 폐장을 앞당길 움직임을 보이는 등 폐장 분위기다.

◇피서경기 실종 = <남해안> 부산시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지금까지 부산지역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수는 3천403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지만 피서 절정기인 8월 들어 잦은 비로 인해 피서 특수가 실종되면서 해수욕장 주변의 체감경기는 냉랭한 분위기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피서용품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지난해에는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한번도 비가 내리지 않았으나 올해는 최대 성수기인 8월 첫 주부터 비가 자주 내려 매출이 30%나 줄었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광안리해수욕장에서 횟집을 경영하는 한 업주는 "올해는 손님 구경하기 힘들다.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해 인건비라도 줄여야겠다는 생각에 주방종업원을 내보고 내가 직접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중호우가 내린 12일 경남 거제의 구조라와 학동해수욕장은 찾은 피서객은 1천명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해수욕장은 썰렁했다.

거제 와현마을 조상민 이장은 "민박집과 펜션들이 모두 새 단장을 하고 피서객을 기다렸는데 기상특보가 하루가 멀다하고 발효되면서 재미를 보지 못한 것 같다"며 "8월 남은 기간만이라도 날씨가 좋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안> 지난해 큰 수해를 겪어 피서객이 급감했던 강원 동해안은 피서객이 작년보다 30% 가량 증가했지만 올해 목표로 세운 피서객 3천만 명 유치는 날씨 탓에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스콜'처럼 퍼붓는 폭우로 하루 종일 뜨거운 햇살이 내비치는 날이 없을 정도여서 한여름 무더위를 느끼지 못했을 정도라고 해수욕장 담당 공무원은 표현했다.

양양 낙산해수욕장서 물놀이 기구를 임대하는 박모(48)씨는 "개장 이후 백사장이 피서객들로 북적거렸던 날은 불과 며칠이 안되고 썰렁한 날은 부지기수였다"며 "폐장은 가까워 오는 데 한철 장사를 하는 상인들 입장에서는 애가 타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피서철이면 방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숙박전쟁을 치러야 했던 경포 등 해수욕장 주변 숙박업소도 궂은 날씨로 피서객이 감소하면서 평일에는 쉽게 방을 구할 수 있을 정도다.

무더운 여름으로 인한 특수를 기대하고 새 단장을 했던 경포와 동해 망상, 양양 낙산 등 동해안 해수욕장 주변 횟집들도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며 야속한 날씨를 탓하고 있다.

<서해안>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도 피서객이 859만 명으로 작년보다 8만 명이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상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피서객 감소 통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악화됐다.

대천해수욕장 박창수(60) 상인회장은 "예년의 경우 장마가 7월 하순이면 끝나고 8월말 해수욕장 폐장 때까지 비가 내리는 날이 3¤4일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장마가 끝난 뒤에도 비가 온 날이 열흘이 넘는다"며 "식당이나 모텔 등의 수입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횟집의 경우 한여름 피크에는 하루 매상이 200만¤250만원 정도 됐는데 올해는 70만¤100만원 수준이라며 "음식점 수입이 예년의 45%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꽂지해수욕장의 경우 개장 이후 지금까지 153만 명의 피서객이 찾아 지난해 같은 기간 175만 명의 88%에 그치고 있으며 만리포와 몽산포 해수욕장도 132만 명과 104만명이 찾아 작년의 82%와 79%에 머물고 있다.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11~12일에도 큰 비가 내려 주변 상인들의 시름을 깊게 했다.

태안관광협회 최용복 사무국장은 "피서 시즌에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피서객들이 급감, 협회비를 걷기도 어려운 형편"이라며 "해수욕장 폐장도 곧 다가와 올 피서특수는 사실상 끝났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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