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위용]러 고객 “현대차 신청한지 두달 됐는데…”

  • 입력 2007년 6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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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러시아 모스크바 프롭사유즈나야 거리 수입차 판매 대리점인 ‘롤프’에서 만난 안드레이 유르코프 씨는 현대자동차의 잠재 고객이었다.

그는 러시아 자동차의 고장이 잦자 승용차를 현대 쏘나타로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그렇지만 구매를 신청한 지 두 달이 지나도 자동차를 받지 못했다. 그가 대리점에서 들은 얘기는 “작년 한국에서 일어난 파업 때문에 차량 인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말뿐이었다.

27일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급차도 아니면서 고객 골탕만 먹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미국이나 일본 자동차를 구입할 뜻을 비쳤다.

유럽 2대 시장으로 꼽히는 러시아에서 지난해 일어난 현대차 파업이 올해에도 고객의 구매 의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장면은 지금도 숱하게 볼 수 있다.

단 한 번의 파업으로 시장 점유율 순위가 1위에서 5위로 급격히 떨어진 현대차에 대해 러시아 마케팅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쟁 격화에 무감각했다”며 한마디씩 던졌다.

예카테린부르크 자동차 대리점 사장인 마가데예프 불라트 씨는 “경쟁이 날로 격화되는 시장에서 한 걸음만 잘못 내디뎌도 천길 낭떠러지에 떨어진다는 것을 현대차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자동차 판매업자들은 현대차와 노조의 두둑한 배짱에 놀란 표정이다. 유럽상공인협회 러시아지부의 한 직원은 “도대체 현대차가 무엇을 믿고 극한 파업을 하는지 이유를 아느냐”며 기자에게 반문했다.

현대차의 품질 개선 소식은 간간이 러시아에도 들리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아직도 ‘저렴한 가격에 실용적인 차’라는 평가가 다수다.

더구나 한국산 브랜드는 러시아 시장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경쟁한다. 최근 러시아 소비자시장조사기관들의 설문조사 결과 외국 브랜드 선호도 1위는 일본 제품이고 2위 독일, 3위 프랑스, 4위 미국 제품 순이다. 한국 제품은 10위권에도 끼지 못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부터 파업 여파로 물량 대결에서 밀리자 고급 차 위주로 마케팅을 벌였지만 별 성과가 없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한국 수출품목 1위 상품이었다. 장학정 모스크바 교민 대표는 27일 “현대차가 파업 사태를 슬기롭게 대처해 다른 한국 브랜드 수출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정위용 모스크바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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