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회장 첫 공판, 폭행 시인… 쇠파이프는 부인

  • 입력 2007년 6월 19일 03시 02분


코멘트
‘보복 폭행’ 혐의로 구속 수감된 김승연(사진) 한화그룹 회장이 18일 1심 첫 공판에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G가라오케와 경기 성남시 청계산 기슭 공사장, 서울 중구 북창동 S클럽 등 3곳 모두에서 피해자들을 폭행한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청계산에서 쇠파이프와 전기충격기를 사용한 혐의는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김철환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김 회장은 “처음부터 피해자들을 때리려 한 건 아니고 아들을 때리지 않은 사람들이 아들을 때렸다고 거짓말하는 데 흥분해 무릎을 꿇린 채로 폭행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청계산에서 작은 쇠파이프로 (S클럽 종업원) 조모 씨의 머리통을 몇 대 때렸다”고 말했으나, 검사가 쇠파이프를 사용했는지 확인하자 “내가 희롱당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흥분했기 때문에 (쇠파이프로) 때리려는 걸 누군가 말렸다. 그냥 겁만 줬다”고 말을 바꿨다.

김 회장은 “S클럽 사장이 아들을 때린 종업원 윤모 씨를 업소로 데려왔기에 아들에게 ‘빚진 만큼 갚으라’고 했고 그러자 아들이 윤 씨를 3, 4대 팼다”고 말했다.

‘아들이 눈을 맞았으니 너도 눈을 맞아야 한다’며 윤 씨의 눈을 때리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신문에는 “내가 (피해자와) 맞짱을 뜰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김 회장은 피해자들을 가리켜 5, 6차례 ‘놈’이라 표현했고, 폭행 당시 상황을 설명할 때에는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아구(입을 속되게 이르는 말) 몇 번 돌렸다’, ‘귀싸대기 한 대 때렸다’는 등 거친 표현을 썼다.

김 회장이 “조용한 곳에서 얘기하려고 피해자들을 청계산으로 데려갔다”고 하자 검사가 “G주점이 더 조용하지 않으냐”고 물었고, 이에 김 회장은 “검사님, 술집 안 가 보셨죠? 옆방에 사람도 있고 한데…”라고 맞질문을 했다.

또 검사가 “피해자를 많이 때렸다면 어느 정도 때렸다는 거냐”고 묻자 김 회장은 “검사님 복싱에 대해 아십니까. 아구 몇 번 돌렸다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검사의 추궁이 계속되면 “그럼 그냥 검사님 말씀대로 하시죠”라거나 “그건 뭐 알아서 생각하시고…”라고 받아넘겼다. 김 회장은 턱을 손으로 받친 채 검사의 신문에 답변하다 재판장에게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한화리조트 감사 구속▼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18일 한화리조트 김모(51) 감사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김 감사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인 3월 9일부터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4월 하순경까지 3, 4차례에 걸쳐 한화그룹 간부에게서 “경찰 등을 통해 사건을 무마하고 피해자를 잘 관리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2억80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