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전경련 ‘경제 교과서’ 소리 없는 인기

  • 입력 2007년 6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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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와 교육인적자원부가 공동 개발한 ‘차세대 고등학교 경제교과서’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가 본보 A1면에 보도된 12일에는 전경련은 물론 동아일보 경제부에도 이 책을 구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폭주했습니다.

교과서 신청이 빗발치자 전경련은 다소 난처한 표정입니다. 전경련은 그동안 홈페이지에 경제교과서를 배포하고 있다는 내용을 공지하는 것 외에는 홍보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이 학교에 배포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과의 마찰을 우려해서입니다.

‘조용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전경련이 이 책을 독자적으로 배포하기로 결정한 지난달 25일 이후 하루에 1000권 정도씩 꾸준히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이달 11일까지 이미 1만4000권을 넘었습니다. 이 책을 본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통해 입소문이 퍼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요.

박찬호 전경련 상무는 “경제를 알고 싶어 하는 욕구는 컸는데 기존 교과서는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이 책이 학생뿐만 아니라 경제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의 갈증을 풀어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합니다.

자녀들에게 권하고 싶다며 책을 신청한 학부모들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반(反)기업, 반시장적 편견이 적지 않은 기존 교과서가 아이들에게 자칫 잘못된 경제관을 심어 줄까 봐 걱정하던 차에 시장 및 기업 친화적 시각에 입각한 경제교과서가 나와서 책을 신청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책은 시장 및 기업의 역할과 한국의 경제 발전 과정에 대해서 ‘왜곡된 자학(自虐)’에서 벗어나 정당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본질은 사회봉사나 이익의 사회 환원이 아니라 이윤 극대화라는 점도 분명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각자 다른 이유로 전경련 경제교과서를 보고 싶어 하지만 이 책에 대한 주문이 쇄도하는 것은 결국 제대로 된 시장 경제 교육에 목말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책을 공동 개발하고도 전교조 등의 반대 때문에 일선 학교에 책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한 교육부는 이 책의 신청이 쇄도하는 현상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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