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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5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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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중도개혁통합신당 등 범여권 정당뿐 아니라 현 정부의 언론 정책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언론 단체들도 일제히 비판했다. 진보 보수 등 다양한 세력이 한목소리를 내는 양상이다.
한국기자협회(회장 정일용)는 이날 ‘정부의 독단적 방안, 언론계 협의 뒤 확정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결정하고 공표한 것은 일방적이고 독단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은 또 “정부가 모범사례로 제시한 이른바 선진국가 어느 곳에도 사상과 양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방송협회(회장 정연주)도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자유는 지켜져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통폐합 방안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자유를 심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준안)도 21일 ‘밀실행정 권장을 공정한 취재환경 조성으로 호도하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이번 통폐합 방안은 보도자료에 대한 의존을 부추겨 국민의 알 권리를 위축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선 위헌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대표인 이석연 변호사는 “기자실은 주권자인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는 국민의 재산”이라며 “정권이 임의로 폐쇄하는 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의 핵심인 보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 처사”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주권자인 국민의 감시와 비판을 받지 않겠다는 조치로 보이므로 헌법소원을 통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23일 시변 차원에서 헌법소원 제기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강대 법학과 임지봉 교수는 “헌법에서 보장한 언론 자유의 핵심적인 사안이 취재의 자유”라며 “정부의 조치는 취재의 자유를 과잉하게 제한하는 것이고 언론 기관의 사명인 진실 보도, 객관적 보도를 통한 여론 형성의 기능을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계 전문가들도 언론에 대한 통제와 탄압이라고 입을 모았다.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박천일 교수는 “정권 말기 주류 언론의 비판을 배제하기 위한 청와대와 정부의 ‘우회전략’으로 보인다”며 “이번 통폐합 방안은 미디어 환경의 세계적인 개방과 경쟁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준웅 교수는 “정부가 그간 언론과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쌓인 불신을 극복하려면 더 개방하고 토론해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며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정치권도 정파를 가리지 않고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언론 자유의 막이 내리고 민주주의의 ‘조종(弔鐘)’이 울린 것”이라면서 “언론의 자유는 캄캄한 암흑의 시대로 후퇴하게 됐고,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 자유를 말살한 21세기 최초의 독재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폐지해야 할 것은 브리핑룸이 아니라 개헌 홍보 e메일 등 쓸데없는 홍보에 나서는 국정홍보처”라며 “언론 자유를 위축하는 반헌법적 조치의 철회를 위해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입법 등을 통해 강력히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최재성 대변인은 “이번 방안은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국가행정에 대한 견제 및 감시라는 언론의 사회적 책무와 고유한 기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특히 언론인들과 충분히 교감하고 그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충실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도개혁통합신당 양형일 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정부가 취재 관련 공간을 축소하고 기자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횡포”라며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 아니라 ‘취재제한 후진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양 대변인은 “정부가 취재 제한과 기사 관련 공간의 통폐합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알 권리와 취재권 보호를 위한 입법적 조치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기훈 부대변인은 “말도 안 되는 억압책을 선진화 방안이라고 우기는 것은 견강부회로 해외토픽감”이라며 “끊이지 않는 고집은 국민 모두에게 불행일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김형탁 대변인은 “기자실 운영상의 문제점은 그 문제대로 풀어야지 아예 기자실 자체를 없애는 것은 언론의 자유뿐만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를 막아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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