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고라니 버섯 습격’ 거제 재배農 울상

  • 입력 2007년 3월 23일 0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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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운 고라니들이 버섯 농사를 망쳐 놓고 있습니다.”

경남 거제시의 표고버섯 재배 농민들은 고라니와 청서 등 야생동물이 버섯을 먹어 치우는 바람에 큰 피해가 있었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거제시산림조합 표고버섯작목회(회장 윤병호)와 동부농협, 신현농협 등 5개 지역 버섯 작목반은 22일 “최근 몇 년 사이 북병산과 계룡산, 노자산 등 표고버섯을 노지 재배하는 야산에 고라니와 청서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버섯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제지역 표고버섯은 3∼4월 종균(種菌)을 접종한 뒤 이듬해 2∼6월, 9∼11월 수확을 하고 있으며 250여 농가가 연간 30억 원의 소득을 올린다.

최상품은 3.75kg 46만 원에 위판될 정도로 비싸고, 평균가격은 7만5000원 선.

표고버섯작목회 윤 회장은 “어린 버섯부터 수확기에 접어든 것까지 고라니가 떼로 몰려와 쑥대밭을 만들기 일쑤”라며 “당국에서 야생조수 구제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제산림조합 김동환 지도과장은 “전체 수확예상량의 30% 정도를 고라니가 먹어 치우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야산인 데다 버섯 재배면적이 넓어 울타리를 치거나 지키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거제지역의 피해액은 연간 1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농민들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버섯 재배장 인근에 쥐를 잡는 데 쓰는 덫과 끈끈이를 설치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효과는 없는 형편이다.

40명의 농민이 가입한 신현농협 표고버섯작목반은 22일 고라니 피해 관련 운영위원회를 열었다.

최민호 부회장은 “피해가 엄청나 노지 재배를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며 “버섯작목반들이 연합회를 구성해 당국에 강력한 조치와 피해보상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제시에는 유해조수 피해에 대한 보상조례가 있으나 표고버섯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고라니 퇴치를 위한 구제 허가를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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