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경제 저런교육]‘뻔’한 설명엔 zzz ‘펀’한 액션엔ㅎㅎㅎ

  • 입력 200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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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에 아이들의 인생을 바꿀 수는 없어요.

다만 아이들이 재밌게 놀면서, 경제에 조금이라도 흥미를 갖도록 도와줄 뿐이에요.”

필립 포레스트(36) 씨는 영어로 진행하는 경제캠프인 서울프라자호텔의 ‘키즈(Kids) MBA’의 경제 강사다.

프라자호텔은 지난해 여름 영어 경제캠프인 이 프로그램을 처음 개설했다.

초등학교 1∼6학년 어린이들이 2박 3일간 호텔에서 숙식하면서

영어와 경제지식, 테이블 매너 등을 배우는 과정이다. 》

○재미 붙이니 창의력 훨훨… 학업성과 쑥쑥

포레스트 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영화학, 몬트리올대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경제 강사가 됐을까.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프라자호텔 마케팅팀 김영옥 매니저는 “아이들이 외국인 강사에게 부담 없이 다가설 수 있도록 어린이 교육 경험이 풍부한 포레스트 씨를 섭외했다”고 말했다.

포레스트 씨는 “‘키즈 MBA’란 말을 듣고 처음엔 너무 거창하다 싶어 거절했다”며 “그런데 스태프가 준비하는 내용을 보니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 교육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그는 “나이가 각기 다르고, 영어 실력도 아주 유창한 아이부터 외국인을 처음 보는 아이까지 다양해 이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교육은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일부러 ‘오버 액션’을 자주 한다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예산, 소비, 이익, 투자 등의 경제 용어를, 그것도 영어로 들어야 하는 어린이들은 금세 싫증을 내고 딴청을 부린다고 했다.

하지만 경제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집과 부모를 떠난 아이들이 독립심을 키우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라고 그는 믿는다.

“이 캠프의 이름은 키즈 MBA이지만, 그렇다고 아이들 모두를 MBA(경영전문대학원)를 나온 은행가나 기업가로 키우는 게 목적은 아니잖아요? 경제 지식보다도 어린이들이 마음을 열고 더 큰 세상으로 나오는 것이 중요하죠.”

포레스트 씨는 캐나다에서 학교를 다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제가 어렸을 때 테니스 캠프를 몇 차례 갔어요. 집 떠나 한 달씩 캠프를 하면서 테니스를 배웠는데 제 자신을 발견하는 좋은 기회였어요. 많은 어린이에게 이 캠프는 집을 처음 떠나는 경험이기도 해요. 새로운 세상에 대한 두려움도 많고 서로 낯설어하죠. 그들이 자신의 마음을 열고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저의 중요한 역할이에요.”

재미가 붙은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상상력에 날개가 붙고 창의적이 된다.

“아이들 스스로 광고를 만드는 과정이 있는데 ‘날아다니는 신발’ ‘글자가 자동으로 써지는 매직 펜’ 등 아이들이 만든 광고 작품을 보고 놀랄 때가 많다”고 했다.

○한국 교육 너무 빡빡… 놀면서 배우게 해야

2000년 처음 한국에 온 포레스트 씨는 “한국 음식이 좋아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말했다. 감자탕과 추어탕을 가장 좋아하고, ‘김치찌개’를 직접 끓여 먹을 정도로 한국음식에 푹 빠져 산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자녀가 있으면 어떻게 교육하겠느냐’고 물었다. 아직 미혼인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이를 낳는다면 바로 한국을 떠나겠다”고 했다. 2000년 이후 한국의 영어학원과 대학 등에서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쳐 온 그에게 한국의 교육현실은 경쟁에 매몰된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비쳤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스케줄에 쫓겨 학원을 전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요. 아이들은 놀 시간이 필요하고 그러면서 많은 것을 배우거든요.”

또 “많은 학부모가 옆집 애가 하니까, 우리 애도 영어학원에 보내고 경제캠프에 보낸다”면서 “억지로 떼밀려서 하는 교육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했다.

“꼭 남을 이기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가르치면 좋겠어요.”

캐나다에서 온 영어 경제 강사의 바람은 의외로 소박했다.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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