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미안’ 한마디 6년친구 만들어…새내기 초등생 친구 사귀기 지도요령

  • 입력 2007년 3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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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건 기자
신원건 기자
《새 학기를 맞아 초등학교 신입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는 아이가 학교에서 적응을 잘하고 있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이자 고민이다. 유치원보다 많은 친구를 만나고 수업에서도 친구들 간의 협동이 필요한 초등학교에서 친구 사귀기는 학교생활 적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집단따돌림이나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해지고 대상 연령도 낮아지는 가운데 초등학교에서 친구를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앞으로 아이의 성격과 사회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초등학교 신입생의 친구 사귀기 및 친구 관계를 올바르게 유지하는 법에 대해 살펴본다.》

사귀는 방법 누구에게나 상냥하게 인사

초등학교에 입학해 친구를 사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밝게 인사를 나누는 방법이다. 초등학교 시기에는 어떤 말을 어떤 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좋고 싫음이 분명히 나뉘므로 누구에게나 밝게 대답하고 인사를 나누는 법을 부모가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다.

평소 집에서 대화를 나눌 때나 아이의 요청이 있을 때 상냥하고 밝게 응대하면 아이도 기분 좋게 대답하는 법을 깨닫게 된다. 또 집에 찾아온 어른에게 아이가 먼저 공손하게 인사하도록 하고 선물이나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고마움을 표시하도록 가르치면 좋다.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아이의 경우 꾸중을 하는 등 억지로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꾸려는 것은 좋지 않다. 이런 아이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는 것이 좋다.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더라도 친구들과 만났을 때 짧은 인사를 건네고 “같이 놀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그래”라는 참여의 표시를 하는 것부터 가르치면 된다. 또 싫어하는 것을 강요했을 때 “싫어”라는 표현을, 친구에게 잘못을 했을 때 “미안해”라는 사과를 정확히 할 수만 있어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함께 쓰는 물건에 대해 알려주는 것도 좋다.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화장실에서 손을 씻거나 볼일을 볼 때도 차례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해 미움을 받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

다양한 역할 바꾸기 놀이를 통해 실제 상황과 비슷한 환경을 미리 경험하게 하고 이를 해결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좋다. 물건을 공유하고 싸움을 말리는 상황을 만들고 아이의 의견을 들은 뒤 공정히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치면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임세훈 장학사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분명 나를 좋아하게 될 거야’라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라며 “양보하고 협동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가르치면 다른 사람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아이로 자라나게 된다”고 말했다.

관계 유지하기 서로 선물-편지 주고받게

첫 만남이 중요한 만큼 한 번 만난 친구와의 사이를 좋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3월 말이면 새로 만난 친구들 중 친한 친구가 생기고 때론 다툼도 생기므로 선물하기와 편지쓰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관계를 유지하도록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

받아도 부담이 없는 선물을 친구 수대로 준비한 뒤 포장에 친구의 이름이나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나눔의 의미를 깨닫도록 해 주면 좋다. 권할 때도 “이거 우리 엄마가 직접 구운 쿠키인데 한번 먹어볼래? 사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어”라고 말하면 훨씬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새 학기가 1개월 정도 지났을 때 같은 반에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는지 물어 교우 관계를 파악한 뒤 편지나 교환일기를 쓰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다. 친구에게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앞으로 함께 해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써 보게 하면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어지고 자신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방법도 익힐 수 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적당한 날에 친구 두세 명을 초대하도록 해보자. “우리 집에 위인전기가 있는데 같이 읽어보지 않을래?”라고 권유하는 등 집을 자랑하는 것보다 함께 노는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겸손하게 초대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친구가 오기로 하면 미리 친구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학원 일정 등에 방해가 되지 않는지 양해를 구하고 몇 시까지 놀 예정이라고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다. 또 초대한 날에는 아이들이 먹을 간식을 준비해 주고 친밀감을 가질 수 있도록 1시간 정도 밖에 나와 주는 것도 좋다.

친구와 갈등이나 오해가 있을 때는 스스로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친구 형편에서 먼저 생각해 보게 한 뒤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 3가지 정도를 적은 뒤 전화를 걸거나 편지로 쓰게 해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심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웅진교육문화연구소 이교성 수석연구원은 “아이가 심하게 다툰 경우 반드시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생각보다 부모끼리 충분한 대화로 서로의 형편을 이해한 뒤 아이들이 직접 서로 사과하고 화해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책-놀이 이용법 경쟁심보다 공감 가지게

책과 놀이를 이용해 친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좋다. 책이나 놀이에 제시된 상황을 현재 상황에 대비시켜 보고 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스스로 고민하도록 하는 것도 친구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누에콩과 콩알 친구들’은 서로 자신의 침대가 좋다고 생각하는 누에콩과 강낭콩이 여러 가지 내기를 하며 서로를 인정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친구는 경쟁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인정하고 감싸줘야 하는 관계임을 알려주고 있다.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는 깃털 없이 태어난 기러기가 자신감을 되찾고 친구를 사귀는 내용을, ‘아슬아슬 삼총사’는 성격이 서로 다른 세 친구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밖에 ‘신문지 찢기 놀이’로 부정적 감정을 털어낼 수 있고 ‘화내기 놀이’로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뒤 해소하는 방법을 깨닫게 해 줄 수도 있다. ‘인형으로 이야기 만들기’는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며 서로 다른 형편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놀이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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