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꽃상여 타고 간 암소

  • 입력 2007년 1월 13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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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의로운 소’꽃상여타고 가다.정용균 기자
상주 ‘의로운 소’꽃상여타고 가다.정용균 기자
자신을 돌봐준 이웃집 할머니의 묘소를 찾아가는 등 숱한 화제를 낳았던 경북 상주시 사벌면 묵상리의 ‘의로운 소’ 누렁이의 생전 모습(왼쪽)과 누렁이가 죽은 다음날인 12일 임봉선(73.여.사진 가운데)씨가 마을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인제를 지내고 있는 모습.연합
자신을 돌봐준 이웃집 할머니의 묘소를 찾아가는 등 숱한 화제를 낳았던 경북 상주시 사벌면 묵상리의 ‘의로운 소’ 누렁이의 생전 모습(왼쪽)과 누렁이가 죽은 다음날인 12일 임봉선(73.여.사진 가운데)씨가 마을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인제를 지내고 있는 모습.연합
자신을 돌봐 주다 세상을 떠난 이웃 할머니의 묘소를 찾아가고, 눈물을 흘려 동화(童話) 같은 감동을 안겨 준 경북 상주시의 ‘의로운 소’ 누렁이(19)가 세상을 떠났다.

상주시 사벌면 묵상리 임봉선(73·여) 씨 집 암소 ‘누렁이’가 11일 오후 8시 40분경 숨을 거뒀다. 마을주민 100여 명은 12일 꽃상여를 마련하고 장례절차를 거쳐 사벌면 삼덕리 상주박물관 옆에 누렁이를 묻고 ‘의우총(義牛塚)’으로 지정했다.

이 누렁이가 ‘의로운 소’로 불리게 된 것은 1993년 이웃 김보배(당시 85세) 할머니와의 애틋한 사연이 알려지면서부터.

그해 5월 26일 오전 누렁이를 키우던 임 씨의 남편 서석모(작고) 씨는 외양간에 있던 소가 고삐를 끊고 사라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서 씨 부부는 온 동네를 뒤져 사흘 전 세상을 떠난 이웃 김보배 할머니의 묘소에서 누렁이를 찾아냈다.

누렁이는 서 씨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김 할머니의 집으로 들어가 눈물을 글썽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임 씨 부부가 1992년 8월부터 키워 온 누렁이는 자주 외양간을 찾아와 자신을 쓰다듬어 주던 김 할머니와 정을 쌓아 왔다.

상주=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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