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으로 푸는 취학전 독서지도법

  • 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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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초희 기자
그래픽=박초희 기자
《이제 막 책 읽기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아이들의 독서 지도에 대해 엄마들마다 정보와 의견이 제각각이다. 서울 용산에 문을 연 아동과 여성 전문서점 소빅스 문고의 아동 독서지도자 강응숙 씨는 20여 년간 아이들 독서지도를 해 온 전문가. 취학 전 독서지도법에 대해 물었다.》

Q 나이별 독서법이 있나요?

A 4, 5세에는 다양한 상상력을 키워 줄 수 있는 창작동화를 주로 읽히는 것이 좋다. 도깨비나 귀신이 등장하는 전래동화는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이들이 무서워할 수 있으니, 조금 늦게 읽히자. 6, 7세에는 전래동화와 자연 과학적인 사실을 다룬 과학동화를 함께 읽어준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유아용 서적, 특히 그림책을 치워버리는 부모들이 많은데 불과 몇 달 전에 유치원생이었던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다고 갑자기 발달 과정에 혁명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니 책은 서서히 바꿔주도록 한다.

Q 창작동화는 어떻게 골라야 하나요?

A 가장 중요한 점은 부모가 창작동화를 통해 아이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결정하는 것이다. 동생이 태어날 예정이라면 ‘아기’나 ‘가족’을 주제로 한 책을 사주고, 강아지나 고양이를 무서워한다면 ‘강아지’나 ‘고양이’를 귀엽게 의인화한 그림 동화책을 골라주도록 한다. 일반적인 창작동화는 수상작 위주로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고, 대형 출판사에서 내는 책들이 질적으로 우수한 것이 많은 편이다.

Q 항상 읽어 달라고 조르는데 이러다 혼자 서는 책을 못 읽게 되지 않을까요?

A 책을 읽어 주는 것은 또 다른 스킨십이다. 부모와 친밀감을 형성하고, 집중력도 길러 줄 수 있다. 독서 지도에서 저지르기 쉬운 잘못 중 하나는 ‘한글을 깨쳤으니 이제부터 네가 혼자 읽어라’라고 하는 경우. 아이는 부모가 읽어 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듣기 능력을 키울 수 있고, 귀로 듣고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려보는 최상의 독서 체험을 하게 된다.

바람직한 독서지도는 1단계 들려주기, 2단계 읽어주기, 3단계 함께 읽기, 4단계 혼자 읽기, 5단계 학습을 위한 책 읽기의 다섯 단계로 진행되어야 한다. 4단계는 보통 8세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다. 이때에도 혼자 읽지 못하면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Q 여섯 살인데 공룡 책만 읽어 달라고 졸라요

A 어른들이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매번 다른 느낌을 받는 것처럼, 아이들도 읽을 때마다 즐기고 느끼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책을 고집할 수 있다. 이럴 때에는 다른 책을 읽히려고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기보다 공룡을 주제로 한 창작동화나 과학동화 등 여러 가지 종류의 공룡 책을 사주어 사고를 확장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집착하면 공룡과 유사한 벌레나 파충류가 등장하는 책을 병행해 읽어주면서 관심사를 넓혀 나가는 게 필요하다.

Q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질문을 하면 그때마다 답을 주는 게 좋은가요?

A 질문에 일일이 답하면 책 읽기가 산만해진다. 답을 할 때도 사전적인 내용보다는 이야기의 흐름을 타면서 대화하듯 설명해 주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책 속에 나오는 ‘비범’이란 단어를 물었다면 ‘평범하지 않은, 훌륭한’이라는 답보다 줄거리를 되짚으면서 ‘아까 그 왕자님이 말도 잘 타고, 칼싸움도 잘한다 했지? 이렇게 왕자님처럼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을 비범하다고 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Q 아이가 책과 친해지는 방법은 없을까요?

A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일주일에 한 번씩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함께 나들이를 가서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고르도록 하는 것이다. 또 집 안에 아이 눈길과 손길이 닿는 곳마다 책을 놓아둬 집 전체를 도서관으로 만든다.

녹음기를 사용해 책을 읽게 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보게 하는 등 독서를 놀이로 이해시키는 것도 좋다. 아울러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자주 보여 주는 것도 아이에게는 큰 자극이 될 수 있다. 하루에 30분 정도 아빠, 엄마, 아이가 각자의 책을 읽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마련해 보자.

Q 책을 오래 들고 있지도 못하고 내용도 잘 이해 못하는 아이는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요?

A 보통 6, 7세는 독해력이 발달하는 시기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글 읽기를 배우다가 초등학교 3학년 정도가 되면 공부를 위해 글을 읽는 단계에 이른다. 이 나이에 독서 능력을 제대로 키워주지 않으면 취학 후 학습능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독서 능력이 뒤처진 아이에게는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책을 많이 읽어 주자. 그냥 읽으라고 하면 잘 안 읽거나 대강 읽는 경우가 많으니, 같이 읽되 반드시 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독서하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내용이 재미있고 단순한 책, 첫 몇 문장에서 쉽게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책을 고르도록 한다. 듣기 테이프가 들어 있는 책도 좋다.

Q 하루에 책을 서너 권씩 읽어 주는데, 아이가 내용을 이해했는지 알 수가 없어요

A 엄마들이 책을 읽어 주고 줄거리를 말해 보라고 시키곤 하는데 아이들 중에는 아주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읽은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눌 때는 줄거리나 느낌을 억지로 말하도록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주인공이 누구였지? 어디 어디를 다녀왔지? 뭘 했어?” “이 대목에서 지금 주인공이 뭘 하는 건지 알겠니?” “뭘 느꼈니?” 등등 무슨 시험을 치르듯 질문을 하면 원하는 답을 빨리 말하고 통과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아이는 책이 주는 감동도, 엄마와 함께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없다. 당연히 책도 싫어지게 될 수 있다.

또한 글자를 가르친답시고 아이에게 하나하나 짚어 가며 읽어 주는 것도 좋지 않다. 이것저것 질문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책 읽기를 싫어할 수 있다.

먼저 책을 가까이 하고, 책 읽는 것을 즐기도록 해야 한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되면 그때는 오히려 귀찮다고 여겨질 정도로 부모나 주위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데, 이때 부모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진지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러면 책을 읽은 후 교훈이나 감동은 아이 스스로 느끼게 된다. 아이가 책에 대해 독단적인 이해에 빠지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서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도 있게 된다.

박성주 사외기자 yamu72@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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