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어르신들의 든든한 지팡이로…

  • 입력 2006년 11월 10일 0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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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 주덕읍사무소에서 차량 운전 업무를 맡고 있는 이상홍(50·기능 8급) 씨. 업무 특성상 거의 매일 출장을 다녀 피곤하지만 요즘 퇴근 후 매달리는 일이 있다. 바로 청려장(靑藜杖·명아주로 만든 지팡이)을 만드는 것.

청려장은 한해살이 풀인 명아주 줄기를 삶아 껍질과 옹이를 제거하고 사포로 매끈하게 다듬은 뒤 4, 5차례 옻칠을 해 만든다. 이 씨는 올해 2000여 개의 청려장을 만들어 지역 노인회와 장애인협회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가족과 1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통일신라시대부터 장수한 노인에게 왕이 직접 하사했다는 청려장은 단단하고 가벼운데다 모양도 품위가 있어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 1992년부터 해마다 ‘노인의 날’(10월 2일)이면 정부가 100세를 맞은 노인들에게 대통령 선물로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 노인들이 선뜻 구입하기 어려운 게 단점. 품질에 따라 개당 6만∼8만 원이고 10만 원이 넘는 것도 있다.

이 씨는 2001년 “돌아가신 부모님께 못다 한 효도를 대신하겠다”는 마음으로 노인들에게 청려장을 선물하기로 하고 명아주 재배에 나섰다.

주덕읍 제내리에 있는 종중 소유 땅 1900여 m²를 빌려 명아주를 심었다. 그러나 경험이 없어 첫 해에는 망쳤다. 이 씨는 이듬해 다시 모종을 하고 순 자르기, 잡초 제거, 지주 설치 등 정성을 쏟은 끝에 300여 개의 지팡이를 만들어 노인들에게 전달했다.

지금까지 이 씨가 노인들에게 선물한 청려장은 모두 3000여 개. 올해는 충주시에서 300만 원을 지원해 주기도 했다.

이 씨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볼 때마다 부모님 생각이 나 청려장을 만들게 됐다”며 “지팡이를 받고 기뻐할 노인들을 생각하면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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