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이 3년간 모교중학교에 익명장학금

  • 입력 2006년 11월 9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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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이 3년간 학교에 다니며 받은 성적우수 장학금 전액(220만 원)을 모교인 중학교에 익명으로 보내 온 사실이 밝혀졌다.

충남 천안고 3학년 박민근(18) 군은 "어려운 후배를 돕는 데 써 달라"며 2004년 3월부터 최근까지 분기별로 장학금(20만 원)을 받을 때마다 꼬박꼬박 모교인 천안 성정중학교에 전달해 왔다.

중학교는 이 돈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고교나 중학교에서는 이런 사실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으나 박 군이 "꼭 비밀로 해 달라"고 신신당부하는 바람에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중학교가 최근 "이제 장학금 전달이 모두 끝났으니 학생들에게 알려 모범으로 삼게 해달라"고 설득해 학교 홈페이지에게 게재하면서 알려졌다.

그동안 장학금은 박 군의 어머니 염미숙(41) 씨가 아들의 중3 담임이었던 이영희(현재 천안 신방중 근무) 교사를 통해 학교에 전달해 왔다. 염 씨는 아들이 졸업한 뒤인 2004년 9월부터 성정중 급식실에서 조리종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교사는 "민근이가 고교 입학 직후부터 어머니를 통해 장학금을 보내 왔다"며 "어머니에게 여유가 없을 텐데 민근이 문제집 사는데 보태시라고 권유했지만 '아들의 뜻'이라며 막무가내였다"고 말했다.

그는 "민근이가 고교 시절 한두 번 장학금을 놓쳤지만 '나중에 갚겠다'고 어머니를 졸라 장학금을 계속 보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변을 도우며 살라고 강조해 온 어머니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덧 붙였다.

염 씨는 "아들이 한 일 일 뿐"이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다.

김영일 천안고 교감은 "박 군은 공부도 잘하지만 성실한 학생"이라며 "아버지가 중소기업의 중간 간부 정도여서 형편이 어렵지는 않지만 부유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아는데 정말 쉽지 않은 모범을 보였다"고 말했다.

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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