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의혹]문화부 “등급심의강화” 7차례요청 안통해

  • 입력 2006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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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바다이야기’지난달 5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불법 사행성 게임장 척결을 위한 경찰서장과 유관기관 대책회의에서 한 경찰 간부가 ‘바다이야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찰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내용과 달리 개조되거나 변조된 바다이야기는 모두 불법이라며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문제의 ‘바다이야기’
지난달 5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불법 사행성 게임장 척결을 위한 경찰서장과 유관기관 대책회의에서 한 경찰 간부가 ‘바다이야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찰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내용과 달리 개조되거나 변조된 바다이야기는 모두 불법이라며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성인 사행성 게임기 ‘바다이야기’를 둘러싼 의혹의 첫 단추는 어떻게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심의를 통과했느냐는 것이다.

특히 문화관광부가 사행성 게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2년과 2004년 모두 7차례에 걸쳐 영등위에 “게임물의 등급분류 기준을 강화하라”는 공문을 보냈음에도 바다이야기는 별다른 제재 없이 심의를 통과했다.

▽인허가 과정=바다이야기가 처음 영등위 심의를 통과한 것은 2004년 12월이다. 당시 영등위는 ‘18세 이상 가’로 분류해 통과시켰다. 이 당시만 해도 바다이야기가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성인용 게임시장이 삽시간에 커지자 영등위는 지난해 5월 바다이야기의 새 버전인 2.0, 3.0판을 심의하면서 등급 분류를 90일간 보류했다. 그러나 그해 7월 영등위 내 아케이드게임소위 위원들이 일부 신문의 비판과 게임 업소 관계자들의 반발 때문에 전원 사퇴했고 새 위원회가 구성된 직후인 8월 25일 바다이야기 2.0판이 심의를 통과했다. 당시 심의에 참석했던 박찬 아케이드게임소위 위원장은 “당시 예시(대박 예고 그림을 보여 주는 것)와 연타(당첨금 연속 배출로 한번에 최대 300만 원까지 딸 수 있는 것)가 논란이 돼 이 부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뒤 다른 고시 기준을 모두 충족시켜 통과된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의혹들=바다이야기 인허가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문화부의 거듭된 사행성 게임기 규제 강화 방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바다이야기가 아무런 제재 없이 심의를 통과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둔갑했느냐는 것.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은 최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4년에도 바다이야기 등에 대해 ‘허가를 하지 말아 달라’고 영등위에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둘러싸고 문화부와 영등위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문화부는 “게임물의 등급 분류 기준을 강화하라는 공문을 2002년 7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보냈고 2004년 2∼5월에도 다섯 차례나 사행성 게임물의 재심의 등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음에도 영등위가 등급 분류를 해 주는 바람에 문제가 커졌다”는 시각이다. 반면 영등위 측은 “바다이야기가 심의를 통과한 것은 2004년 12월로 문화부의 공문이나 유 전 차관의 발언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며 “문화부로부터 바다이야기에 관한 어떤 공문도 받은 적이 없다. 유 전 차관이 착각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인허가 과정보다 더 심각한 것은 경품용 상품권 제도. 문화부가 2002년 2월 허가한 이 제도는 바다이야기 등 성인게임장을 ‘오락’에서 ‘도박’으로 변질시킨 주범으로 꼽힌다. 시장 규모도 상상을 초월해 20조∼30조 원대로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여권 인사 개입설 등 숱한 의혹을 양산하고 있다.

▽감사 방향=감사원은 바다이야기를 비롯한 사행성 성인오락게임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게임장 및 PC방의 불법 사행성 게임 실태는 물론 올해 4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고 뒤늦게 단속에 나선 배경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감사가 시기적으로 유 전 차관의 경질 파문과 겹치면서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오락에 대한 인허가 과정 등 관계 부처의 관리감독, 정책 결정 및 집행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무게를 얻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달 폐지 방침을 밝힌 경품용 상품권 업체들의 지정 과정이나 문화부 산하 게임 관련 기관과 상품권 발행업체 간 ‘부적절한 관계’ 등도 감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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