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시장 “사려깊지 못했다”…테니스 파문 사과

  • 입력 2006년 3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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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서울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여러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병기 기자
이명박 서울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여러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병기 기자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20일 자신을 둘러싼 ‘테니스 파문’과 관련해 “사려가 깊지 못했다”며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이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장이 테니스를 치기 위해 (남산 실내테니스장의) 토 일요일 시간을 하루 6∼8시간씩 비워 놓았다는 사실을 몰랐다”면서 “이를 알았든 몰랐든 시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드렸으며, 가볍게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공직자로서 소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시장은 “테니스 동호회원들이 치고 있을 때 가서 같이 친 것이지 앞뒤 시간을 비워 놓은 게 아니었다”며 ‘황제테니스’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2003년 당시 서울시테니스협회장인 선모 씨가 ‘시장님이 테니스를 좋아하시고 동호인들이 현재 주말에 테니스를 치고 있으니 언제든지 오시면 부담 없이 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테니스장을 이용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또 이 시장은 자신이 뒤늦게 납부한 600만 원 이외에 나머지 사용료 2000만 원의 대납(代納) 논란에 대해서도 “‘동호회원들이 친 것을 시장이 다 낼 수 없지 않느냐’며 순수한 뜻에서 동호인들끼리 부담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2000만 원은 동호회 총무를 맡고 있는 안모 씨가 수표 한 장을 끊어 납부한 사실이 기자회견을 통해 새롭게 밝혀졌다.

이에 대해 안 씨는 “모임 주선자였던 선 회장이 당연히 이용료를 낼 줄 알았으나 진흥회 측에서 ‘돈을 내지 않으면 언론에 터뜨릴 것’이라고 말해 사용료를 자진해서 냈다”고 밝혔다. 그는 “나이 어린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내가 냈으며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각자가 (내야 할) 돈을 달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이 시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는 데다 여권이 공세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열린우리당의 ‘황제테니스 뇌물의혹 진상조사단’은 이날 남산 실내테니스장과 잠원 실내테니스장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고 참여연대는 이 시장의 공무원행동강령 위반 혐의에 대해 국가청렴위원회가 실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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