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과수원(1만평)에서 수확한 사과 8만kg 가운데 절반가량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
김 씨는 “지난해 3월 초에는 사과창고에 재고물량이 거의 없었다”면서 “수출단가가 너무 낮아 가격이 회복되기를 기다리고 있으나 올해는 제 값을 받고 수출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경북 지역 사과의 대만 수출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사과 재배 농민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만은 한국산 과일에서 병충해가 발견됐다며 사과 등 과일 수입을 지난달 1일 전면 중단했다가 같은 달 24일 이 조치를 해제했다.
하지만 지역 농민들은 사과 가격이 너무 낮다며 수출을 거부하고 있다. 올 1월 10kg들이 상자당(상품 기준) 26∼27 달러에 대만에 수출됐으나 대만 바이어들은 단가를 24 달러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농민들은 “환율하락의 여파로 상자당 26∼27 달러를 받아도 밑지는 셈인데 더 낮은 가격에는 도저히 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사과의 대만 수출단가는 상자당 28∼32 달러였다.
대만 바이어들이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값 싸고 품질 좋은 일본산이 대량 수입되고 있기 때문.
일본의 경우 지난해 사과 생산량이 크게 늘어 재고물량 처리를 위해 2월부터 대만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그동안 경북 지역 사과 수출물량의 95% 이상이 집중된 대만은 아시아권에서 사과를 수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장이다. 대만에서는 사과가 생산되지 않으며 중국산 과일 수입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경북사과의 대만 수출물량은 2003년 4730t(765만 달러), 2004년 2770t(520만 달러), 지난해 2970t(727만 달러) 등이었다. 올 들어 1월에만 약 300t이 수출됐으나 2월 이후 수출이 끊긴 상태.
경북도가 출자한 수출업체인 경북통상㈜의 안준희(安浚熙·43) 수출부장은 “농민들이 수출단가가 오르기를 바라고 있으나 4, 5월이 되면 보관 중인 사과의 품질이 떨어져 판매하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용 사과는 처음부터 착색봉지를 씌워 재배하기 때문에 색깔은 좋은 반면 당도가 떨어져 포화 상태인 내수시장에 내놓아도 제 값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출업체와 농민들은 “일본처럼 정부나 자치단체가 수출 보조금을 대폭 지원해 싼 가격에 수출해도 농민들이 큰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