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발바리’, “모욕 준 여성에 화나서 첫 범행”

  • 입력 2006년 1월 2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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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간 전국을 돌며 82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검거된 속칭 ‘발바리’ 이중구(45·사진) 씨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아내와 금실이 좋았고 자녀에게는 다정했다. 하지만 택시에 탄 한 여성승객에게서 모욕을 당하자 보복심리에서 성폭행을 하면서 엽기적인 범행을 시작했다.

▽범행 동기는 모욕감=이 씨는 20일 경찰에서 “택시운전사로 일할 때 다소 길을 돌았더니 만취한 젊은 여성이 ‘길도 모르고 무슨 운전을 해’라는 등 모욕적인 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추정되는 그 여성을 뒤따라가 성폭행했는데 범행이 손쉬워 계속 비슷한 일을 저질렀다. 그는 이후에도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을 많이 노렸다.

경찰조사에서 그는 1999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대전 청주 대구 전주 등지의 원룸과 다세대주택에 침입해 74차례에 걸쳐 부녀자 82명을 성폭행하고 2400여만 원을 빼앗은 사실이 확인됐다.

▽야누스적인 행각=이 씨는 경찰에 붙잡힌 뒤 “가족에게 미안합니다. 이제 어떻게 얼굴을 볼 수 있을지…”라고 말해 수사관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여성 7명이 사는 집에 들어가 3명을 성폭행하고 4명을 강제 추행하는 엽기적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알고 보니 집에서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아내와 아들 딸에게는 금실 좋은 남편이며 자상한 아빠였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수사 허실=대전 동부경찰서 ‘연쇄 성폭행 검거 전담반’은 지난해 1월부터 전국의 성폭행 피해현장을 찾았다.

범행수법, 제보, 현장 주변에서의 통화기록을 분석한 뒤 공통점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2건 이상의 범행에 연관된 용의자가 나오면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경찰은 이런 방법으로 지난해 12월 말 이 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뒤 타액을 확보해 DNA를 확인하고 지명수배했다.

하지만 수사가 10여 년간 헛돌면서 피해자가 계속 생긴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그동안 막대한 인력을 동원해 수사를 벌였지만 이 씨는 검거 한 달 전까지 한번도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았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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