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주요인사 1800명 상시 도청”…임동원-신건씨 구속 수감

  • 입력 2005년 11월 16일 03시 03분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대통령 친인척과 여당 정치인, 언론인 등 주요 인사 1800여 명의 휴대전화 번호를 감청장비에 입력해 상시 도청을 한 사실이 15일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검찰은 이날 이 같은 혐의로 임동원(林東源), 신건(辛建) 전 국정원장을 구속 수감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에서 국정원이 유선중계통신망 감청 장비인 R2에 여야 정치인과 경제인, 고위 공직자, 언론인, 대통령 친인척, 사회 각계인사 등 1800여 명의 휴대전화 번호를 미리 입력해 놓고 상시적으로 도청을 해 왔다고 밝혔다.

도청 대상에는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 이인제(李仁濟) 전 민주당 고문 등 여야 정치인, 박재규(朴在圭) 전 통일부 장관 등 고위 공직자,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비판하던 지모 씨와 한국논단 사장 이도형(李渡珩) 씨 등이 포함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임, 신 전 원장은 국정원 감청부서인 제8국(과학보안국) 산하 감청팀을 3교대로 24시간 운용하면서 국내 주요 인사 등의 휴대전화를 불법 감청하는 데 주도적으로 관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임 전 원장은 수시로 국내 현안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도청활동을 독려했고, 신 전 원장은 전직 국정원 간부들에게 도청활동을 시인했던 진술을 번복하도록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혐의가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박철(朴徹) 김득환(金得煥) 부장판사는 “국정원의 도청이 국가기관의 조직적 범죄여서 범죄 자체의 중대성이 있다”며 “두 사람이 도청에 관여하거나 묵인했다는 소명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한편 검찰은 홍석현(洪錫炫) 전 주미대사를 16일 오전 피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1997년 대통령 선거 전 삼성그룹의 불법자금 제공 의혹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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