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거부” 전교조 또 벼랑끝으로

  • 입력 2005년 11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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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가결됐습니다”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한만준 대변인(가운데)이 교원평가제 시범실시 반대를 위한 연가투쟁 찬반 투표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전교조 “가결됐습니다”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한만준 대변인(가운데)이 교원평가제 시범실시 반대를 위한 연가투쟁 찬반 투표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연가투쟁 찬반투표에서 71.4%의 찬성을 얻음에 따라 집행부가 12일 연가투쟁 집회를 예정대로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원평가제와 연가투쟁에 대해 학부모·시민단체들은 소속 단체의 입장이나 성향에 따라 찬반을 달리하는 등 교육계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힘 받은 전교조=전교조는 연가투쟁 찬반투표에서 예상보다 높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교원평가제가 교사 개개인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데다 여론이 악화하자 위기감을 고조시켜 내부 결속력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이수일(李銖日) 전교조 위원장은 “조합원이 위원장에게 위임해 준 뜻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연가투쟁 강행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12일 전국 초중고교별로 조합원들이 연가투쟁에 참가하기 위해 연가를 내거나 조퇴를 할 예정이어서 학교에 따라 수업 결손이 우려된다.

이 위원장은 “최대한 수업 결손이 없게 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수도권 학교 교사들은 오전 수업을 하고 참가하면 차질이 없고, 지방의 조합원들은 동료와 수업을 대체하거나 교과전담 교사가 가르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온건한 집행부에 대해 강경파인 원영만(元寧萬) 전 집행부가 교원평가제 저지 실패를 들어 중앙집행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노선 투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교조는 12일 이후에는 시도별로 투쟁을 벌일 계획이어서 교원평가제 시범학교 선정 과정에서 단위 학교, 교육청과의 갈등도 예상된다.

이와 달리 교총은 12일 집회를 ‘교육실정 및 파탄 교육재정 총궐기대회’로 정하는 등 전교조와 거리 두기에 나서고 있다.

교총은 보수 성향의 조직인 데다 교장 교감 회원이 많아 전교조처럼 강경 투쟁을 하기는 어려운 여건이어서 이날 집회 이후 일단 관망 자세를 보일 것 같다.

학부모단체 “교원평가 수용하라”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고진광 상임대표가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교원평가제 수용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교육부, “집행부 고발-참가교사 엄벌”=교육인적자원부는 전교조가 연가투쟁에 돌입하면 집행부를 업무 방해 혐의로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또 연가투쟁 참여 교사들은 국가공무원법 및 교원노조법 위반인 만큼 해당 학교를 대상으로 연가 사유와 집회 참여 정도에 따라 분류해 위반자를 징계하기로 했다.

▽학부모단체 입장 제각각=교원평가제와 관련해 학부모·시민단체도 보수-진보 성향에 따라 헤쳐 모이는 양상이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회원 40여 명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교원단체 대항전 선포식’을 갖고 “수업권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을 강행할 경우 좌시하지 않고 대항전을 벌이겠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서 고진광(高鎭光) 상임대표는 항의의 뜻으로 삭발을 했고 한 간부는 ‘교원평가 즉각 수용하라’는 혈서를 쓰기도 했다.

앞서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교육과시민사회 등 9개 단체는 8일 교원단체의 집단행동을 비판하고 특히 전교조가 협상 과정에서 합의를 깼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반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10일 전교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전교조와 공동 보조를 취해 온 참교육전국학부모회도 11일 기자회견에서 교원평가제 협상 결렬은 교육부와 모든 참가단체의 책임인데도 전교조가 주원인인 것처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밝힐 예정이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 학교운영委, 전교조 비판

인천시를 비롯한 전국 곳곳의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총연합회가 교원평가제 실시를 반대하는 교사의 퇴출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학운위 전국 시도 연합회 회장들은 24일 충북 청주시에서 모임을 갖고 교원평가제 반대 교사의 단체행동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인천 학운위 총연합회는 10일 성명서를 통해 “전교조 교사들이 학생을 가르치지 않고 교실을 떠나 단체행동을 할 경우 해당 교사 퇴출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대전 학운위 김귀식 총연합회장도 10일 “학교 교육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교원평가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평가제가 교육 현장을 황폐화할 것이라는 전교조 등 일부 교원단체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충북 학운위 송인수 총연합회장도 “충북의 경우 교원평가 시범학교가 3개교밖에 안 되는 데다 본격 시행하는 것도 아닌데 연가투쟁 운운하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연가투쟁을 강행할 경우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북 학운위 권인찬 총연합회장은 “교사들의 교원평가제 반대 움직임을 저지하겠다”며 “집단 연가투쟁을 할 경우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주, 울산, 경남 지역 학운위는 일단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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