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매매특별법 1년…빛과 그림자

  • 입력 2005년 9월 21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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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23일로 1년이 된다. 시행 초기부터 찬반 논란에 휩싸였던 이 법은 성매매 사범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성매매 피해 여성의 보호 등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유사 성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성매매 종사자에 대한 재활 대책도 미흡해 이 법은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보통 사람’을 닮아 간다는 게 너무 좋아요.”

1년 전 서울의 한 성매매 집결지에서 몸을 팔던 성매매 여성 박민희(가명·25) 씨는 요즘 하루 10시간 이상 외국어 공부에 매달린다. 통역사가 되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기회가 된다면 외국 유학도 갈 생각이다.

그는 올해 2월부터 매일 학원 2곳에서 강의를 듣고 새벽까지 공부하고 있다. 박 씨는 “12월로 바짝 다가온 외국어 능력 검정시험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부족해 걱정”이라며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는 지금의 내 모습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1999년 고교를 졸업한 뒤 취직해 경리사원으로 일하다 동생의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룸살롱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는 결국 성매매 집결지로 흘러들어 4년간 성매매를 했다.

지난해 9월 성매매특별법의 시행으로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자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그는 ‘성매매를 합법화해 달라’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박 씨는 “수면제를 먹었지만 결국 눈을 떴을 땐 화가 났다”면서 “평생 단속을 피해 가며 성매매를 하면서 살 수는 없을 것 같아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월 성매매 피해여성 자활 지원 단체인 ‘다시 함께 센터’가 운영하는 서울의 한 쉼터에서 살고 있다.

그는 “성매매 집결지에서 벗어난 뒤 평소 연락을 끊고 지내던 가족들도 자주 만나고 주말에는 친구들과 영화도 보러 다닌다”면서 “또래 친구들과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1년의 성과에 대해 “사람들이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성과를 기대하는 것 같다”면서 “법 시행 후 성매매는 범죄라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자리 잡은 것만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박 씨는 “탈(脫)성매매 여성들의 70%가 쉼터 입소 초기에 ‘또 붙잡혀 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불면증에 시달린다”며 “심리치료나 신용회복 교육 등 사회 적응을 위한 지원은 다소 부족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업소 37%-女종사자 52% 감소 …유사성행위등 변칙영업은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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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치 단속 실적이 초기 1개월의 4배=경찰청은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1년 동안 성매매 집결지 업소가 전국적으로 법 시행 이전에 1679곳에서 1061곳으로 36.8% 줄었고 종사자는 5567명에서 2653명으로 52.3% 줄었다고 20일 밝혔다.

같은 기간 검거된 성매매 사범은 전년 같은 기간(1만3998명)보다 16.2% 늘어난 1만626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성매매 업주와 성 구매 남성이 1만1474명으로 70.6%를 차지했으며 성매매 집결지 업소 업주 및 종사자 등 여성은 29.4%였다. 검거된 여성 가운데 987명은 성매매 피해 여성 보호규정에 따라 처벌을 받지 않았다.

연령별 성매매 사범은 21∼30세가 32.8%, 31∼40세가 33.4%였으며 직업별로는 회사원이 40.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경찰청은 올해 3월 성매매 집결지 업소가 1071곳, 업소 종사 여성이 2736명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6개월 동안 줄어든 성매매 집결지 업소는 10곳(0.2%), 줄어든 성매매 종사 여성은 83명(1.4%)임을 의미한다.

또 성매매 사범은 법 시행 1개월 동안 4157명이었으나 이후 11개월은 1만2103명이었다. 1년간의 단속 사범이 초창기 1개월 동안 단속 실적의 4배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이금형(李錦炯) 여성청소년과장은 “초창기에는 성매매 사범을 집중 단속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성문화 개선은 단속과 성매매 종사자의 재활대책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사 성행위 딜레마=올해 2월과 7월 서울서부지법과 서울중앙지법은 손을 이용한 유사 성행위에 대해 엇갈린 판결을 내리는 등 혼선이 지속되고 있다. 또 성매매 집결지가 줄어든 지역에서는 유사 성행위 업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은 7월 초부터 최근까지 100일 동안 유사 성행위 업소에 대한 특별단속에서 업주 및 성 구매 남성 597명을 적발해 571명을 입건하고 26명을 구속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국회에서 ‘구강 항문뿐만 아니라 손 등 신체의 일부 또는 도구를 이용한 유사 성행위를 금지하는 개정안’이 발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유사 성행위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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