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6시경 서울 금천구 지하철 시흥역 선로에 떨어져 있던 50대 후반의 남자를 열차가 도착하기 직전 피신시켜 구출한 이창훈(18·경기 화성시·사진) 군은 긴박했던 사고 순간을 설명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성보고 3학년인 이 군은 이날도 여느 때처럼 집에 가기 위해 시흥역에 들어섰다.
지하철 승강장에는 사람들이 모여 “사람이 발을 헛디뎌 떨어졌다”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이 군은 “역사로 진입하는 전동차의 불빛과 선로에 쓰러져 있는 아저씨의 모습이 동시에 들어왔다”며 “정신을 잃은 채 미동도 하지 않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이 군은 이 남자를 반대편 선로로 옮기려고 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 전동차가 경적을 울리며 역사에 들어서는 순간 이를 지켜보던 공익근무요원 김홍림(22) 씨와 다른 시민 한 명이 합세해 이 남자를 맞은편 선로로 옮길 수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 군은 말없이 현장을 떠났다.
이후 이 군의 교복과 명찰을 통해 인적사항을 확인한 한 시민이 학교 측에 알려와 뒤늦게 선행이 알려졌다. 학교 측은 이 군을 표창할 방침이다.
그는 “내가 더 도와줄 일이 없을 것 같아 그냥 집에 갔다”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면 반드시 도와야 한다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처음으로 실천해 뿌듯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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