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古선박중 가장 크고 온전한 고려후기 韓船발굴

  • 입력 2005년 8월 25일 03시 09분


개펄에 모습 드러낸 ‘역사’23일 오전 전남 신안군 안좌도 북쪽 해안의 고려 선박 발굴 현장. 바닷물이 빠져 배가 개펄에 노출됐을 때에만 발굴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일 1시간 30분 정도만 작업을 할 수 있다. 신안=이광표 기자
개펄에 모습 드러낸 ‘역사’
23일 오전 전남 신안군 안좌도 북쪽 해안의 고려 선박 발굴 현장. 바닷물이 빠져 배가 개펄에 노출됐을 때에만 발굴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일 1시간 30분 정도만 작업을 할 수 있다. 신안=이광표 기자
《23일 오전 9시 전남 목포시에서 18km 떨어진 신안군 안좌도 북쪽 해안. 바닷물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하자 적갈색 목선 한 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작업복에 긴 장화를 신은 국립해양유물전시관 수중발굴조사단원 15명이 서둘러 개펄에 들어섰다. 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일부는 배 안쪽에 남아 있는 흙을 걷어낸 뒤 배를 세척했고 일부는 배를 실측하고 도면을 작성하거나 사진을 찍었다.》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온전한 모습의 고(古)선박이 발견돼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달 5일부터 안좌도 해안 조사에 나선 해양유물전시관 발굴단이 고려시대 후기인 13∼14세기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통 한선(韓船)을 발굴해 낸 것이다. 2월 초 안좌도 주민이 개펄 속에 배가 묻혀 있는 것 같다고 신고한 지 6개월 만의 개가였다.

이 배는 길이 14.5m, 폭 6m(현재 잔존 부분은 폭 4.5m)에 선수(船首) 선미(船尾) 바닥판 등이 모두 남아 있어 지금까지 발굴된 전통 한선 가운데 가장 크며 대체로 온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선박을 복원한다면…
고려시대 선박의 복원 상상도. 1984년 전남 완도 앞바다에서 발굴된 선박의 선체와 문헌 등을 토대로 국립 해양유물전시관이 만들었다. 그림 제공 국립해양유물전시관

그동안 실물이 확인된 전통 한선(통나무배 제외)은 11세기 완도선, 14세기 달리도선, 11세기 십이동파도선 등 3척이지만 길이는 모두 10m 내외로 이번 안좌도 한선보다 작다. 또한 선수 선미 바닥판을 모두 갖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양유물전시관의 문환석(文煥晳·보존과학 및 수중고고학) 학예연구실장은 이날 “배의 전체적인 구조와 배 안에서 나온 옹기 등으로 미루어 고려 후기의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판(外板) 일부 등이 유실됐지만 대체로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전통 한선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 배는 또 돛대받침, 멍에(일종의 대들보)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유물전시관의 이철한(李哲漢·수중고고학) 연구원은 “보통의 한선은 바닥에 돛을 붙이는데 이처럼 별도의 돛대받침을 만든 한선은 처음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배 내부에서는 닻줄로 사용된 칡넝쿨 밧줄(지름 5cm), 옹기 조각 6점, 통나무(참나무) 130여 점, 통나무를 묶었던 볏짚 밧줄(지름 2cm), 숫돌 등도 발견됐다.

발굴단은 이 배가 청자를 실어 나르던 운반선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려시대에 전남 강진에서 제작된 청자를 수도인 개경(현재의 북한 개성)으로 운반한 뒤 다시 강진으로 돌아오던 중 안좌도 앞에서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발굴단은 9월 초 선체를 해체 인양한 뒤 목포의 국립해양유물전시관으로 옮겨 염분 제거 등 보존처리를 할 계획이다.

신안=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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