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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8월 25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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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크고 온전한 모습의 고(古)선박이 발견돼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달 5일부터 안좌도 해안 조사에 나선 해양유물전시관 발굴단이 고려시대 후기인 13∼14세기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통 한선(韓船)을 발굴해 낸 것이다. 2월 초 안좌도 주민이 개펄 속에 배가 묻혀 있는 것 같다고 신고한 지 6개월 만의 개가였다.
이 배는 길이 14.5m, 폭 6m(현재 잔존 부분은 폭 4.5m)에 선수(船首) 선미(船尾) 바닥판 등이 모두 남아 있어 지금까지 발굴된 전통 한선 가운데 가장 크며 대체로 온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 고려시대 선박의 복원 상상도. 1984년 전남 완도 앞바다에서 발굴된 선박의 선체와 문헌 등을 토대로 국립 해양유물전시관이 만들었다. 그림 제공 국립해양유물전시관 |
그동안 실물이 확인된 전통 한선(통나무배 제외)은 11세기 완도선, 14세기 달리도선, 11세기 십이동파도선 등 3척이지만 길이는 모두 10m 내외로 이번 안좌도 한선보다 작다. 또한 선수 선미 바닥판을 모두 갖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양유물전시관의 문환석(文煥晳·보존과학 및 수중고고학) 학예연구실장은 이날 “배의 전체적인 구조와 배 안에서 나온 옹기 등으로 미루어 고려 후기의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판(外板) 일부 등이 유실됐지만 대체로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전통 한선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 배는 또 돛대받침, 멍에(일종의 대들보)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유물전시관의 이철한(李哲漢·수중고고학) 연구원은 “보통의 한선은 바닥에 돛을 붙이는데 이처럼 별도의 돛대받침을 만든 한선은 처음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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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배 내부에서는 닻줄로 사용된 칡넝쿨 밧줄(지름 5cm), 옹기 조각 6점, 통나무(참나무) 130여 점, 통나무를 묶었던 볏짚 밧줄(지름 2cm), 숫돌 등도 발견됐다.
발굴단은 이 배가 청자를 실어 나르던 운반선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려시대에 전남 강진에서 제작된 청자를 수도인 개경(현재의 북한 개성)으로 운반한 뒤 다시 강진으로 돌아오던 중 안좌도 앞에서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발굴단은 9월 초 선체를 해체 인양한 뒤 목포의 국립해양유물전시관으로 옮겨 염분 제거 등 보존처리를 할 계획이다.
신안=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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