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련 사무처장, 리베이트 받은 회사 감사출신

  • 입력 2005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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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복지기금을 건설업체인 T개발에 투자하면서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국노총 소속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택노련)의 최양규(56) 사무처장이 8년 전 이 회사의 감사로 재직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또 최 사무처장에게 수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최근 구속된 T개발 김모(58) 대표는 전택노련에 재정적 손실을 끼친 부동산 투자 건에도 관련된 것으로 밝혀져 전택노련과 T개발 간부들의 조직적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본보 취재팀의 확인 결과 최 사무처장은 전택노련 총무국장이던 1997년 4월부터 1999년 3월까지 T개발의 감사로 재직했다.

전택노련 관계자는 “2003년 초 근로복지기금 40억 원을 연맹회관 건립비용으로 쓰기로 결정했지만 액수가 적어 건물 매입이 쉽지 않자 최 사무처장이 T개발의 리모델링 사업에 이 돈을 투자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상가건물의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던 T개발은 전택노련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당시 전택노련 위원장이던 권오만(權五萬·53)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회관사업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단 한 차례 회의를 연 뒤 T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정했다.

본보 취재 결과 T개발 김 대표는 1996년 전택노련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부동산 투자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택노련은 같은 해 10월 8억 원을 들여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임야 387평을 구로연합주택조합으로부터 사들였으나 조합 설명과 달리 세금 및 근저당 설정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건물을 짓지 못했다.

이에 전택노련은 조합을 상대로 매매대금 반환소송을 냈고 2000년 7월 승소했으나 돌려받은 돈은 1억5000만 원에 그친 것. T개발의 김 대표는 당시 이 조합의 총무였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전택노련이 소유하고 있는 이 임야는 경사가 급해 건물을 지을 수 없는 ‘쓸모없는 땅’”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택노련 관계자는 “당시 T개발의 사업계획서에는 T개발이 신한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며 “이를 믿고 투자했을 뿐 최 사무처장과 김 대표의 사전 유착의혹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실제 T개발의 리모델링 사업에 신한은행이 200억 원을 대출해줬으나 대출과 관련해 수천만 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이 은행의 한 지점장이 최근 구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한국노총은 준공을 앞두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중앙근로자복지센터 임대분양업체가 T개발인 점과 관련해서도 의혹이 제기되자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중앙근로자복지센터의 건축 관련 서류를 영등포구청으로부터 제출받는 등 이 건물의 신축 과정에서도 돈이 오갔는지 수사하고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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