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훔친 문화재에는 대구 달성군 도동(道東)서원 중정당(보물 350호)의 기단석(基壇石·건축물 등의 기초로 쌓는 돌)과 전남 보성군 뿌리깊은나무박물관에 있는 불상 광배(光背ㆍ머리 뒤에 놓는 빛 장식) 등 귀중한 문화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도난사건=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문화재를 훔친 박모(53) 씨와 훔친 물건을 고미술상에 연결해 준 알선책 정모(46) 씨를 31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정 씨는 한국고미술협회 지부장을 지낸 바 있다.
경찰은 또 이날 장물알선책 손모(53) 씨 등 2명에 대해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장물을 사들인 권모(63)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 등 4명은 2월 15일 오후 8시경 도동서원에 들어가 조선 초기에 제작된 중정당 기단석 2점을 훔치는 등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11차례에 걸쳐 문화재 2350여 점을 훔친 혐의다.
이들은 훔친 문화재를 정 씨 등 고미술품 전문가들에게 넘겼고 정 씨는 이를 다시 다른 고미술상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압수된 문화재에는 최근 문화재청에 도난신고가 접수된 뿌리깊은박물관의 불상광배 등 5점, 충남 서산 해미향교에 소장된 전적류(典籍類) 8점, 전남 영광 정씨 문중이 소장하고 있던 장군석(將軍石) 2점, 안동 권씨 등 9개 문중의 족보와 교지도 포함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도난품 수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며 “아직 충분한 감정을 거치지 않았지만 도난품 가격은 80억 원대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외에 4, 5개의 문화재 전문 절도단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문화재의 해외 유출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는 한편 달아난 공범 김모(41) 씨 등 3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도난에 취약한 문화재=박 씨 등은 크레인이 장착된 트럭을 몰고 다니며 야간에 인적이 뜸하고 관리가 취약한 서원과 향교에 들어가 석물(石物) 등 비(非)지정 문화재를 훔쳤다고 경찰은 밝혔다.
올 초에도 전남 일대의 묘지에서 비지정 문화재인 조선시대 장군석 1쌍 등 20억 원 상당의 고미술품을 훔친 은모(54) 씨 등 3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비지정 문화재란 시도의 조례에 의해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 중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 관리가 소홀해 도난당하기 쉽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여기에다 소유자들이 공개를 꺼려 정확한 현황 파악도 쉽지 않다.
또 문화재 절도범들은 보통 장물거래 단계까지 점 조직으로 구성돼 있어 경찰은 범인 검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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