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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3월 30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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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있는 유전개발 사업에 국가기관, 그것도 철도청이 나선 경위가 석연치 않은 데다 정치권 실세 개입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유전 개발사업 전말=철도청이 사할린 유전 개발사업에 손을 댄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국방부 다음으로 석유를 많이 쓰는 정부기관인 만큼 석유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유전개발 수익을 올려 만성적자를 해결하겠다는 게 명분이었다.
철도청은 산하기관인 재단법인 한국철도교통진흥재단을 내세워 국내 부동산 회사인 하이앤드그룹(당시 회장 전대월)과 합작, 사할린 6광구 유전개발 사업을 담당할 ㈜한국쿠르드오일(KCO)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진흥재단 이사장은 신광순(申光淳·현 철도공사 사장) 철도청 차장이 겸직하고 있었다.
같은 해 10월 철도청은 KCO를 내세워 러시아의 유전개발회사인 알파에코사의 자회사로 사할린 주의 유전을 갖고 있는 니미르페트로사와 계약을 했다. 니미르페트로사의 자회사로 유전개발권을 갖고 있는 페트로사의 주식을 6200만 달러(약 620억 원)에 인수하며, 니미르페트로사는 같은 해 11월 15일까지 러시아 정부의 유전개발 허가를 받아낸다는 내용이었다.
철도청은 계약금으로 620만 달러(약 62억 원)를 지급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11월 22일 ‘개발은 하되 타국으로의 반출은 금지한다’는 내용의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철도청은 당초 계약과 다르다며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계약금 반환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니미르페트로사는 “한국 측이 계약내용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양측은 지금까지 3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추진과정의 의혹들=철도공사 측은 지난해 10월 현지조사와 사업성 검토를 거쳤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개발공사마저 사업성이 불투명한 것으로 판단했던 사업에 철도청이 성급히 뛰어든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공사 관계자는 “당시 김세호(金世浩·현 건설교통부 차관) 철도청장과 신 차장, 왕영용(王煐龍) 사업개발본부장 등 몇 명만이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 한국철도교통진흥재단이 KCO 대주주의 지분을 120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인수키로 계약했다가 유전 개발사업이 무산되자 해지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측과 유전 개발 계약을 한 지 2주 후에 재단이 KCO의 대표였던 전 씨의 지분 42%(84억 원)와 K 씨의 지분 18%(36억 원)를 인수하기로 주식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한 것.
유전 개발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승인도 안 난 상태에서 재단이 왜 서둘러 KCO 대주주들의 주식을 인수하려 했는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또 주식인수대금 120억 원은 재단 설립 당시의 출연금 59억 원의 배가 넘는 거금인 데 재단 측이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려 했는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열린우리당 이광재(李光宰)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정치권으로 의혹이 번져가는 양상이다.
이 의원은 하이앤드그룹의 전 회장과 동향이며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경 신광순 철도공사 사장이 신임 인사차 국회로 찾아와 5분 정도 만났을 뿐이다. 개입설은 황당하고 억울하다”며 “당시 신 사장이 유전사업 이야기를 하기에 ‘철도청도 석유사업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철도가 기름을 많이 쓰기 때문’이라는 등의 이유를 설명해 그런가 보다 한 것이 전부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측근은 “의혹을 제기한 일부 언론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거쳐 정정보도뿐 아니라 명예훼손에 따른 법적 대응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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