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부산商議 회장의 ‘말 바꾸기’

  • 입력 2005년 3월 2일 21시 10분


지난해 부산을 시끄럽게 했던 부산상공회의소 김성철(金性哲) 회장이 ‘2월 중 자진사퇴’ 약속을 번복하자 실망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부산시민이라는 사실마저 부끄럽다”고 말할 정도다.

2003년 3월 상의의원 총회에서 임기 3년의 부산상의 회장에 당선된 그는 불법 정관 개정과 공금 횡령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급기야 지난해 7월 상의 노조가 농성에 들어가면서 파행은 거듭됐다.

김 회장에 대한 비난여론도 하늘을 찔렀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8월 공금 횡령 문제와 관련해 법원이 유죄를 인정하면서 상의 회장직의 자진사퇴까지 권고했을까.

그는 당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억 원을 선고받고 부산고법에 항소했다. 항소심 선고는 곧 있을 예정.

퇴진여론이 비등하던 지난해 10월 21일 김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2월 열리는 정기 의원총회에서 자진사퇴 형식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공·사석에서도 ‘2월 중 퇴진’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25일 열린 상의 상임의원회에서 말을 바꿨다. “3월 20일경 정기 의원총회를 열고 회장단 총사퇴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해 최종 사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 이는 당초 약속을 폐기하는 대신 재신임을 물어 진퇴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김 회장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상의 구성원과 많은 시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그의 약속을 믿고 154일간의 농성을 풀었던 상의 노조는 2일부터 다시 농성에 들어갔다.

부산시민단체협의회는 “자진사퇴 파기는 시민을 우롱한 처사”라며 “부산시와 지역상공계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지역의 한 원로는 “부산은 도약의 새로운 계기가 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다”며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부산상의가 지역경제계와 시민사회를 한 데 묶지는 못할망정 대표자의 도덕성 시비로 시간을 허비해서야 되겠느냐”고 꾸짖었다.

김 회장은 이제 사업가로서 자신이 세운 공로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한 경제인의 명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부산시민의 자존심과도 이어지기에 중차대한 문제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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