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판돈과 상금도 구별못하나”

  • 입력 2005년 2월 21일 13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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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의 내기 골프가 ‘도박이 아니다’는 법원의 판결을 두고 인터넷 상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서울 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는 지난 20일 32회에 걸쳐 8억여원의 내기골프를 해 상습도박혐의로 기소된 기업인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운동경기의 경우 승패의 전반적인 사항이 ‘경기자의 기량’에 의해 결정되므로 ‘우연’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도박이 아니며, 따라서 도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논리.

이 판사는 또 “내기 골프가 도박행위라면 프로골프에서 매홀 경기 결과에 따라 상금이 결정되는 ‘스킨스(Skins)’ 게임도 도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기존의 판례나 사회통념에 비춰 볼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누리꾼들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포털 사이트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21일 네이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참여 네티즌의 89.58%가 판결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고 단 8.83%만이 “운동 경기 내기는 도박이 아니다”고 답했다.

‘ljw2914’는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받은 선수가 금메달을 받은 선수에게 상금을 직접 주지는 않는다”면서 “판사님이 판돈과 상금에 대해 헷갈리고 있나 보다”고 말했다.

‘arnoldle’는 “사회통념상 거액이냐 아니냐의 여부, 상습적이냐의 여부가 판단의 근거이어야 할 것”이라며 “기존 판례를 무시한 자의적 판단은 법의 안정성을 심히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garcha’는 “내기 골프와 화투·포커 게임 모두 실력과 운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것인데, 다른 잣대를 들이대서야 되겠냐”고 반문했다.

‘하얀색종이’는 “내기 골프에 있어서의 우연성과 가벌성 여부는 ‘건전한 근로와 실력이 아닌 우연에 의한 소득창출금지를 위한 도박죄’의 입법취지에 맞추어서 결정했어야 하는 것인데 이번 판결은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jjongga’는 “도박의 단속 이유는 중독성과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 때문”이라며 “내기 골프는 중독성이 심할뿐더러 만약 한 경기에 수억씩 잃었다면 밤길에 복수라도 하려할 만큼 정신적 충격이 클 것이다. 이런 뻔한 일을 합법으로 만들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수의 누리꾼(네티즌)들은 “앞으로 내기 골프로 뇌물을 주거나 재산을 양도하는 편법적인 행위를 한다면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간혹 “실력에 의해 좌우되는 골프 경기는 도박이 아니다. 시험점수로 밥사주기 내기한 것도 도박인가(ddk6)”, “국민법감정이란 포퓰리즘적인 요소를 배제하려는 판사의 고민에 찬사를 보낸다. 성문법주의에 충실한 태도다.(pesticide)”라며 옹호하는 의견도 있으나 다수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편 이 판사는 지난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1심 판결에서 무죄 판결을 내려 화제를 모았던 장본인. 그러나 이 판결은 상급 법원에서 파기됐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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