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취업]더 좁아진 취업문…“눈높이 낮추는 것도 방법”

  • 입력 2004년 12월 31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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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취업시장은 먹구름이 많이 낀 흐린 날씨.’

올해 취업은 작년보다 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내수침체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수출증가율도 둔화돼 연간 경제성장률은 4% 넘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또 기업들은 신규투자보다 기존의 설비를 보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인력 구조조정은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춰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채용인원이 줄어든다=온라인취업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작년 말 상장·등록사 507개 사의 2005년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채용계획이 있다고 답한 회사는 213개 사(42.0%)에 그쳤다. 총인원은 1만6764명으로 작년(1만9274명)보다 13.0%나 줄었다.

채용계획이 없다고 밝힌 회사는 108개 사(21.3%)로 작년 같은 시기에 조사한 9.2%에 비해 2배를 넘었다. 많은 기업이 일찌감치 긴축경영 계획을 확정하고 내핍에 들어간 것.

또한 일부 대기업이 지난해 정부의 ‘청년실업 해소’운동에 부응해 ‘실제 필요 이상으로’ 신입사원 선발을 늘렸기 때문에 올해는 여력이 없어졌다. 실제로 작년에는 삼성 LG SK 한화 등 20대 그룹은 당초 예정보다 신입사원을 15% 이상 늘려 뽑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한국은 이미 ‘고용 없는 성장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쉽사리 고용여력이 좋아지기는 힘들다”며 “취업난 해소를 위해서는 일시적인 ‘일자리 늘리기식’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종별 기상도=채용인원으로 보면 전기·전자 업종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산업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미래를 대비한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한국이 세계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LG필립스LCD는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대규모로 증설하면서 작년과 비슷한 2000여 명을 뽑을 예정이다.

자동차 철강 조선 업종은 가장 타격이 클 전망이다. 자동차 내수시장이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않은 데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이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비용절감 운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또 조선업종은 원-달러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과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영업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작년만큼의 신입사원을 뽑을 여력이 없다.

반면 식품·유통업종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CJ푸드빌이 올해초 전국적으로 매장 확장을 위해 약 400여 명의 신규인력 충원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에 1700여 명을 채용한 아웃백스테이크도 올해 사업확장을 계획하고 있어 인력수요가 많이 생겨날 전망이다.

또 한류(韓流)열풍으로 항공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어 항공과 호텔, 관광업의 신규 충원이 기대된다.

▽수시 및 비(非)정규직 채용이 늘어난다=대규모 공채보다는 사람이 필요할 때마다 소규모로 인력을 뽑는 기업이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수시채용은 아무래도 신입사원보다는 곧바로 업무투입이 가능한 경력직 사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신입사원과 경력사원 채용비율이 작년도 7 대 3에서 올해는 6 대 4로 줄어들 전망이다.

비정규직 채용이 늘어나는 것은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비(非)핵심업무를 아웃소싱하기 때문.

노동부에 따르면 20, 30대 핵심 근로계층의 비정규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대 비정규직 비율은 2001년 20.8%였으나 2004년에는 23.8%로 높아졌다. 30대는 25.1%에서 26.5%로 증가했다.

최근 2년동안 비정규직 근로자는 160만 명이나 늘어났고 대학졸업 취업자 10명 가운데 4명은 비정규직일 정도다. 게다가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비정규직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무차별 지원보다는 타깃을 정하라=온라인을 통한 입사지원이 보편화되면서 ‘이력서는 넣고 보자’는 식의 지원자가 많아졌다. 그렇다보니 입사지원서에 기업이름만 바꿔 제출하는 경우가 흔하고 지원서 작성에 걸리는 시간은 5분을 넘지 않을 정도다.

잡링크 한현숙 사장은 “그물을 던지는 식의 지원서 남발은 성공하기 어렵다”며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기업을 골라 맞춤식 입사지원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처럼 취업이 어려울 때는 정규직을 고집하지 말고 눈높이를 약간 낮춰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다른 회사의 정규직 사원으로 옮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외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인턴사원 채용이 활발히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업무능력과 경험을 쌓기 위한 중간단계로 인턴직에 도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전문가가 권하는 취업전략▼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주눅 들어 있는 모습이 여간 애처롭지 않다. 경기침체와 구조조정 때문에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고 있지만 지원자들의 준비부족과 현실대응이 부족한 것도 큰 요인이다. 아직도 많은 기업에서는 쓸 만한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고 특히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1997∼2002년 청년층 일자리가 50만 개나 줄었고 지원자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공기업, 금융회사 등은 33만 개가 줄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정부 대책과는 별도로 지원자 스스로도 현실을 직시하고 취업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기업에서 선호하는 사람은 바로 직무능력을 갖춘 ‘경력 같은 신입’이다.

일류대학 졸업장이나 높은 영어점수가 취업을 보장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자신의 인생목표를 조기에 설정하고 진출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인턴십과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실전경험을 쌓고 취업정보를 얻기 위한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아울러 대책 없이 대기업만을 고집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대기업 입사가 여의치 않다면 우선 중소기업에 취업해 경력을 쌓아가며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눈높이를 낮추지 못해 취업기간이 길어지면 사회진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젊은이들이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실업보다 더 무서운 것은 꿈을 잃거나 포기하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취업이 안 된다고 해서 결코 좌절하지 말고 인생 비전과 동기를 다시 점검한 뒤 차분히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다섯 단계로 자신을 점검하고 실행 가능한 일부터 시도해보자. 나는 어떤 존재인가(역할), 나의 부족함이 무엇인가(반성), 나는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비전), 나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준비), 나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실행).

인생에 있어 너무 늦은 시기란 존재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원하는 일,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파악하고 도전하는 젊은이는 분명히 꿈을 이룰 수 있다.

김현섭 스카우트(www.scout.co.kr)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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