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광일 검사 부인 배은경씨,아들 사시 2차 합격에 눈시울

  • 입력 2004년 12월 10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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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광일 검사의 부인 배은경 서울 서초보건소장이 10일 아들의 사법시험 합격을 축하한다면서 남편의 후배 검사들이 보내온 난을 보며 기뻐하고 있다. 박주일 기자
고 이광일 검사의 부인 배은경 서울 서초보건소장이 10일 아들의 사법시험 합격을 축하한다면서 남편의 후배 검사들이 보내온 난을 보며 기뻐하고 있다. 박주일 기자
배은경(裵恩慶·48) 서울 서초보건소장은 7일 14년 만에 뜻 깊은 생일을 맞았다. 검사였던 남편이 숨진 뒤 혼자 키운 아들이 3일 사법시험 2차에 합격해 남편의 길을 이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배 소장의 남편은 고 이광일 검사. 서울지검 동부지청 특수부 검사였던 그는 1990년 12월 7일 교통사고로 숨졌다. 이 검사는 당시 ‘범죄와의 전쟁’으로 거의 매일 야근을 했고 사고가 난 날도 오후 11시까지 일하고 퇴근하던 길이었다.

남편이 숨진 날은 공교롭게도 배 소장의 생일. 이 검사는 그날 집으로 전화를 걸어 “당신 생일이니 집에 가서 저녁을 먹겠다”고 했고, 배 소장은 스테이크를 준비해서 기다리다 비보를 들었다.

그로부터 14년 후인 3일 이 검사의 아들 인환 씨(24·서울대 정치학과 4학년)가 제46회 사법시험 2차에 합격한 것.

배 소장은 남편 사망 당시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의대를 졸업했으나 레지던트 과정을 안 거치고 살림만 했다. 남편이 사망하자 그는 서울동부시립병원 야간 당직의사로 일을 시작했다. 환자들은 대부분 행려병자와 알코올중독자 정신질환자였고, 배 소장은 이곳에서 일하다 자신이 결핵환자가 되기도 했다.

이 검사가 자신과 배 소장의 성을 따 이름을 지은 딸 리배 씨(21)는 현재 연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다.

배 소장은 “남편 장례식장에서 ‘아이들은 내가 잘 키우겠다’고 남편에게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조금은 지킨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검사의 후배 검사들은 곧 배 씨 가족과 축하연을 갖기로 했다.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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