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이사람/‘CEO출신 03학번’ 천안연암대 이규화씨

  • 입력 2004년 12월 6일 2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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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의 직장생활보다 앞으로의 20년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위해 준비하는 겁니다.”

충남 천안시 성환읍 소재 천안연암대 조경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이규화(李圭華·52)씨.

학교 화훼온실에서 분재를 돌보는 그의 손놀림에는 초조함이나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씨는 국내 굴지 기업의 요직을 두루 거친 CEO(최고경영자) 출신 ‘03학번’ 대학생이다.

경남 마산고를 졸업한 1971년 한국은행에서 8년 간의 직장생활을 한 뒤 SK㈜의 전신인 ㈜유공 미국지사의 제품트레이딩 부장, ㈜SKM 경영지원본부장과 전무, 다이얼비누 제조사였던 ㈜동산C&G의 대표이사를 지내기까지 줄곧 승승가도를 달렸다.

그 사이에 성균관대와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도 마쳤다.

“회사를 그만둔 게 50세. 한국사람 평균수명을 고려해도 20년 이상은 뭔가를 하면서 지내야 한다고 생각했죠.”

최고경영자까지 지낸 그가 대학을 다시 선택한 이유다.

그는 남은 인생을 ‘제4쿼터’라고 스스로 불렀다.

“직장생활인 제3쿼터 인생을 위해 초중고 대학 등 16년을 준비하지만 4쿼터를 위해 준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죠.”

그는 ‘그만 쉬어도 되지 않느냐’는 주변의 권유도 있었지만 “남은 인생이 더욱 중요하다. 무언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로 대신했다.

조경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정년 없는 인생을 위해서다.

그는 “직장생활 동안 조경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누구나 하고 싶은 일에는 경쟁이 치열하므로 조경원예에 방향을 돌렸다”고 말했다.

LG재단의 학교에서 기숙사와 실험실, 화훼온실을 들락거리며 분재관리사와 조경기사 등을 따기도 했다.

“공부해보니 부족한 것이 보이더라구요. 내 자신만의 특기가 있는 한 정년이란 있을 수 없죠.”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젊은 사람들과 경쟁하지 않는 분야 △작은 것이지만 하고 싶었던 일 △향후 20년을 대비해 2∼5년이면 준비가 가능한 일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내년도 미국으로 유학길을 떠나 ‘나무의사’의 꿈을 키울 생각이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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