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영남대 총장 선거 ‘내홍’ 심화

  • 입력 2004년 12월 6일 20시 38분


지역의 대표적 사학인 영남대가 23일로 예정된 12대 총장 선거를 앞두고 심각한 갈등이 표출돼 1988년 관선이사 체제로 전환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총장 선출권(투표권) 문제를 둘러싸고 교수와 직원, 시간강사 등이 각각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데다 직원노동조합측이 교수회 사무실을 봉쇄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 8일까지 끝내야 할 후보 등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수회(회원 650명)와 직원노조(330명)는 ‘총장 선거에 직원들도 참여한다’는 원칙에만 합의한 채 구체적인 투표권 비율을 놓고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노조는 1차 투표에 65표(10%)를 요구했으나 교수회는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수치라며 20표 이상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수회 박원주(朴元柱·54·전자정보공학부) 의장은 “그동안 치러진 총장 선거는 대부분 10표 차 안팎에서 당락이 결정됐다”며 “총장 선출 방식을 바꾸려면 학칙을 개정해야 하므로 직원 참여 비율은 단계적으로 높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정규(徐正圭·47) 노조위원장은 “직원에게 총장 선출권이나 후보 추천권을 주는 곳은 연세대 등 전국 20여개 대학으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노조가 학교 경영을 좌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교수 집단의 독단을 견제하면서 학교를 공동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시간강사들로 이뤄진 비정규직 교수노조와 총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민주총장 선출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도 별도의 총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어 상황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영남대 총장 선거가 극심한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은 대학 내에서 교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던 직원 등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데다 16년 동안 이어져온 ‘주인 없는’ 관선이사체제가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영남대의 총장 투표권 비율 등이 지역의 다른 대학 총장 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사태가 잘 마무리돼 총장 선거가 취업난과 학생수 감소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지방대를 살리기 위한 참신한 정책대결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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